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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DA no.83 2007 .06]

‘수퍼카를 빌려드립니다!’ 2004년 2월 발행된 STRADA 20호 스페셜 리포트의 부제였다. 당시 본지는 일본 수퍼카 잡지에서 발견한 이 광고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하마마쓰까지 날아갔다. 모든 건 사실이었다. 포드 GT40,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카운타크, 디아블로 GTR과 페라리 F40, 348 스파이더가 납작 엎드린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비슷한 소식을 다시 접했다. 이번엔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서였다.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주인공은 인터내셔널 오토 클럽 코리아(이후 IAC)의 심정식 대표. 그는 핀란드 설원에서 열린 아우디 콰트로 익스피어리언스 행사 참가자였다. 본지와는 구면인 셈이다. 그의 사업 얘기를 들은 것도 행사에 참가했던 본지 편집장을 통해서였다.

수퍼카 공유 비즈니스 추진 중

IAC는 콘도미니엄을 이용하듯, 수퍼카를 공유하며 즐기는 클럽을 준비 중이다. 차종은 세 그룹으로 나뉜단다. 그룹 1에는 벤츠 SLK, 포르쉐 카이맨 S, BMW M3 등이 속한다. 그룹 2는 이들 차종의 스파이더 버전이다. 그리고 그룹 3엔 벤츠 SLR 맥라렌, 포르쉐 911 터보,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아우디 R8 등 쟁쟁한 수퍼카가 자리한다.
  세 그룹의 차종은 회원권의 종류에 따라 다시 나뉜다. 회원권(보증금, 연회비)은 플래티넘(2천200만 원, 2천200만 원), 블랙(4천400만 원, 4천400만 원), 블랙+(8천800만 원, 4천400만 원)의 세 종류로 나뉜다. 블랙과 비용은 같되 법인기업을 위한 혜택을 준비한 기업회원권도 있다. 세 그룹의 차종은 회원권 종류에 따라 다시 조금씩 차별을 뒀다.
  회원권은 포인트를 뜻한다. 차종은 물론 주말, 주중, 주행거리에 따라 차감될 포인트를 정교하게 짜놓았다. 머릿속이 복잡한 독자를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800포인트를 받는 블랙 회원의 경우 2년의 계약기간 동안 20대의 차를 해마다 최대 100일까지 탈 수 있다.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 아이템을 사거나 쓸 때 포인트를 쓰는 시스템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심 대표는 “IAC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리스하거나 직접 보유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수퍼카를 탈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렌터카 업체가 수퍼카를 빌려준다는 가정 아래 대여료를 산출해 보면 하루 120만~150만 원인데, 4천400만 원짜리 블랙 회원권으로 일 년에 100일을 탈 수 있으니 하루 49만 원꼴”이란 설명이다.
  2억 원짜리 수퍼카를 구입할 경우 2년 동안 감가상각비(연 15% 기준) 5천만 원, 유지비 1천만 원, 보험료 1천200만 원 등 총 9천700만 원이 드는 데 반해 IAC에선 가입비, 연회비 포함 4천840만 원으로 해결된단다.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숫자를 들었나 보다. 머릿속이 몽롱해졌다. 이제 숫자가 나오지 않는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벤츠 SL은 평생 탈 수 있는 차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의 비즈니스지만, 선진국에선 꽤 보편화된 아이템이에요. 미국의 자가용 제트기 비즈니스에서 시작됐어요. 천문학적 값을 주고 사서 일 년에 얼마 못 타잖아요. 그래서 ‘공유’의 개념을 도입한 거예요. 미국에선 ‘시간 공유 비즈니스’라고 불러요. 시간이 곧 돈이니 합리적으로 함께 쓰자는 얘기지요. 홍콩에선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도 성행하고 있어요. 대상은 수퍼카뿐 아니라 시계, 명화, 요트, 콘도미니엄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
  심 대표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성장기에 한국 생활은 초등학교를 다닌 게 전부였다. 미국의 대학에선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디자인회사를 다니다 그는 인생의 전환점과 맞닥뜨리게 됐다. 몸담고 있던 회사가 한 금융사에 인수된 것. 자연스럽게 그의 업무도 바뀌었다.
  “기업을 상대로 한 특수 금융 쪽을 맡게 됐어요. 쉽게 말해 투자 상담이었지요. 전혀 생소한 분야였는데, 의외로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재미와 보람도 느꼈고요. 2000년엔 투자금융 관련 회사를 직접 차려 운영했어요. 홍콩에도 법인을 세웠고요. 새로운 일을 하면서 사회에서 성공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많은 것을 배웠고요.”
  독자를 위해 그들에게서 배운 것 좀 알려달라고 했다. 그가 정색을 하고 말문을 연다. “신용이에요. 성공한 분들이 스스로 철저히 지키는 원칙인 동시에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신용은 사소한 약속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되지요. 조금 더 의미를 확장하면 자기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신용의 첫 번째 시험대는 자신이에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야 남과의 약속도 지킬 수 있는 법이니까요.”
  애마 자랑도 해달라고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차종을 탔지만, 직접 소유한 건 세 대뿐이에요. 코드네임 993의 911 카레라 S를 뺀 나머지 두 대가 벤츠 SL이지요. SL은 매일 탈 수 있는 스포츠카이자, 평생 탈 수 있는 자가용이에요. 성능 좋은 건 말할 나위도 없고, 내구성이 좋아 고장으로 속 썩을 일이 없어요. 디자인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요. 지금의 차는 SL이 풀 모델 체인지될 때까지 탈 작정이에요. 그리고 또 SL로 바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