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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DA no.73 2006.08]

연’(偶然)과 ‘필연’(必然). 기나긴 세월 수많은 이들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고민해왔고, 앞으로도 고민해야
할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다. 국어사전의 해석은 다소 난해하지만 적어도 둘의 구분만큼은 명쾌하다. 옮겨보면,
인과 관계의 필연적 계열에 다른 인과 계열의 사건이 뛰어드는 일이 ‘우연’이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

‘필연’이란다.
그러나 결과에서 발단, 과정의 인과관계를 유추하다 보니 우연, 필연 사이의 경계는 명확치 않을 수밖에. 그러다 보니 우린 결과가 좋으면 필연, 그렇지 않으면 우연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정당화하는 데 익숙해졌다. 어차피 이미 일어난 일,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줄 수 있는 쪽으로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그게 우연이든, 필연이든 간에.

프로그래머 출신 닷컴 기업 경영인
느닷없는 우연, 필연 타령의 단초를 제공한 주인공은 가격 비교 쇼핑 포털, (주)다나와(www. danawa.com)의 손윤환 사장. 인하대 전자계산학과를 나와 삼성전자와 로터스코리아를 거쳐 잘 나가는 닷컴 기업의 대표가 되었으니, 탄탄대로를 거침없이 달려온 셈이다. 언뜻 그의 삶의 크고 작은 성과들은 치밀한 계획으로 이룬 필연적 결과물인 듯싶었다.
하지만 막상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본즉, 그가 거쳐온 길은 막연한 선입견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전공만 해도 그렇다. 81학번 전자계산학과라니. 영험한 예지력으로 10년 후쯤 찬란히 꽃피울 IT 관련 벤처 기업의 황금기를 꿰뚫어보았다면 모를까, 당시로선 예사롭지 않은 선택이 분명해 보였다.
사실 그의 꿈은 의학도였다. 첫 번째 시험에서 고배의 쓴 잔을 마시고, 재수생 신분으로 일 년을 꼬박 채워갈 무렵, 아버지가 뜻밖의 전공을 권유했다. “앞으로는 전산 쪽의 전망이 밝다고 하더구나. 한번 도전해보지 않으련?” 그는 아버지의 제의에 순순히 따른다.
그는 4년 내내 각종 장학금을 휩쓸었다. 집에 손 벌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올곧기도 했거니와 전공이 너무 재미있어서였다. 우연히 선택한 전공, 전자계산학은 워낙 업계의 발전 속도가 빨라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했다. 지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희열을 느꼈다. 전산학이 마치 필연적인 선택이었던 것처럼.
졸업을 앞두고, 그는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삼성전자 연구소의 특채 소식을 접하곤, 스스로의 실력을 가늠해볼 요량으로 원서를 넣었다. 결과는 합격. 그는 입사를 결심한다. 그곳에서 그는 최고의 인재들과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당시 프로그래머가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배우고 겪었다. 우연치곤 굉장히 운이 좋은 셈이었다.
하지만 왕성한 학구욕은 잊을 만하면 되살아났다. 결국 그는 과감히 사표를 쓰고, 대학원 준비에 나선다. 그즈음 계획에 없던 둘째아이를 갖게 되었고, 마침 로터스 코리아의 지사장이던 전 직장의 상사가 러브콜을 보내와 또 다른 경험을 쌓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01년, 인하대의 같은 과 절친한 친구였던 성장현 사장이 창업한 다나와에 공동 대표로 참여하면서, 봉급쟁이에서 경영인으로 극적인 변신에 성공한다. 얼마 전까진 겸임교수 자격으로 대학교와 대학원의 강단에도 섰다.
여기까지 들어본 바, 그의 삶은 정교하게 짠 각본에 충실했다기보단, 좌충우돌 예기치 않은 사건의 연속이었다. 그는 한사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필연이었으려니 싶은 믿음을 내비친다. “이렇게 되려고 모든 일을 겪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라면서.

볼보 XC90 V8과의 우연한 만남
우연을 스스럼없이 필연으로 여길 만큼, 도전하는 일마다 결과가 좋았던 그의 인생. 지금 타는 차를 고르는 과정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볼보 XC90 V8도 우연히 만났어요.(웃음)”

현대 그랜저 XG를 타던 그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다음 차를 물색해왔다. 한때 미니밴을 탔던지라, 시야가 탁 트이고 공간이 여유로운 SUV를 찾던 중이었다. 짚 그랜드 체로키 3.0 CRD와 인피니티 FX 시리즈를 놓고 한창 저울질에 여념 없던 지난 11월, 그는 바람이나 쐴 겸 서울 양재동의 오토갤러리를 찾았다. 바로 그곳에서 XC90 V8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2월 출고된 볼보 XC90 V8이 한 대 서 있었어요. 겉모습이 말짱한데, 새 차 값보다 3천만 원이나 싸더라고요. 소모성 교환 부품용 쿠폰 역시 한 장도 쓰지 않은 그대로였어요. 딜러의 말이 접촉 사고로 약간의 수리가 있어서 싸게 내놓았다고 하더군요. 시승해본 뒤 이거다 싶어 바로 회사에 전화를 걸었죠. 입금해달라고요.”
대개 기업의 경영인이 그렇듯 손 사장 애마도 명분상 소유주는 회사다. 하지만 그는 뒷좌석에 파묻혀 이리저리 실려 다니는 스타일은 결코 아니었다. 오너 드라이버인 것은 물론, 인터넷 보급의 여명기 때부터 하이텔, 유니텔을 거치며 동호회 활동에 활발히 참여해온 자동차 매니아였다.
“첫 차가 대우 르망 GTE였어요. 중고차 시장에서 헐값에 샀죠. 동호회를 통해 공동구매로 스트럿 바도 사서 달고, 한밤중에 공터에 모여 ‘스핀 턴’ 기술을 익히기도 했어요.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동호회에 나가는 횟수는 점차 뜸해졌지만, 차를 바꿀 때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훑고,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반복해왔어요.”
경영하랴, 공부하랴 바쁜 요즘에도 그의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혈기왕성하던 20대 때 못지않다. 자동차와 관련된 정보를 두루 섭렵하고 있었다. 특히 그의 애마, 볼보 XC90 V8에 대해서는 개발 배경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 XC90 V8
과 함께한 지 이제 9개월째. 장단점을 꼽아 달라는 주문에 그는 대뜸 “가속 때 ‘윙~’하는 고주파 소음이 나는 것과 뒷좌석 등받이 기울기 조절 기능이 없는 점이 아쉬워요”라고 말한다. 곧이어 그것만 빼곤 죄다 마음에 든다며 함박웃음 짓는다.
한편, 그의 자동차 사랑은 개인적 관심사를 넘어 사업 아이템으로 이어질 참이다. 전자제품 관련 거래 1위의 쇼핑 포털로 우뚝 선 다나와가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자동차 컨텐츠를 지목한 데에는 손 사장의 입김이 컸다.
“남자들이 결혼 후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게 뭘까 생각해보니 자동차더라고요. 저나 동업자 성 사장이 대표적인 경우지요. 각 차종의 정보와 더불어 판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에요. 수입차와 관련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스트라다>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파트너입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릴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