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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드니 그릴이 고속도로를 접수한 날 'BMW Dynamic Driving Day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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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7/09/13 23:06 | 조회 :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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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6일, 전남 신안군 증도에서 국내 자동차 전문지 기자를 대상으로 ‘BMW 다이내믹 드라이빙 데이’가 열렸다. 각자 원하는 차종의 운전대를 쥐고 서울 강남의 BMW 전시장에서 전남 신안군 중도의 엘도라도 리조트까지 410km를 달렸다. 이날 저녁 증도에선 BMW 테크니컬 트레이닝이 열려 첨단 기술 관련 지식도 살찌울 수 있었다.
글•김기범 기자(cuty74@istrada.co.kr)｜사진•이영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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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오전 8시 15분. 크고 두꺼운 유리창 너머 강남 한복판엔 출근 전쟁이 한창이다. 몇 분 단위로 기자가 하나둘씩 나타난다. 우리의 집결지는 서울 강남 도산대로의 BMW 전시장.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가며 여기에 모인 이유는 특별한 여행이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BMW 다이내믹 드라이빙 데이’.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행사다.
이번 행사의 취지는 이렇다. 바쁜 일정에 쫓겨 일일이 경험하지 못했을 BMW의 최신 모델을 날 잡아 죄다 타보라는 거다. 잠에서 깬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보이는 기자들, BMW코리아 담당자의 호명에 따라 순순히 세 개의 그룹으로 무리를 지어 선다. 일정 설명이 이어졌다. 2인 1조로 원하는 차를 골라 타고, 전남 신안의 증도까지 가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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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집결지에 조별로 모여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라는 미션도 떨어졌다. 1차 미팅 장소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서산 휴게소, 2차 미팅은 전남 어디쯤의 곤충 조형물. 슬쩍 다른 기자들을 살펴보니 설명은 듣는 둥 마는 둥 전시장 앞마당의 시승차를 곁눈질하며 원하는 파트너를 찾느라 바쁜 눈치다.
나의 첫 파트너는 BMW 750Li. 한참 차를 고르던 중 전화가 왔고, 가까스로 통화를 마쳤을 때 750Li가 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Z4나 335i 등 ‘날쌘돌이’를 고른 기자를 보며 일말의 부러움도 느꼈지만, 장거리 크루징이니 오히려 잘 됐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차 배정이 끝나자 짐 싣고, 시동 거느라 분주하다. 다들 놀이시설 타기 직전의 아이처럼 들떴다.
기함답게, 750Li는 주차장 맨 뒤쪽에서 엄숙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도어를 열자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캐러멜 색 가죽을 바지런히 씌운 인디비주얼 모델이다. 주행거리도 얼마 되지 않은 새 차. 시트 가죽이 어제 출고한 것처럼 뽀송뽀송하다. 오랜만에 타는 7시리즈. 운전 자세를 잡기 위해 도어와 시트 사이로 손을 뻗었다 머쓱해진다.
차마다 로드맵 한 권, 무전기 한 개가 놓였다. 지도를 보니 오늘 달릴 거리는 410.4km. 오후 3시 반까지니까 시간은 여유 있는 편이지만, 운전 시간이 만만치 않겠다. 조별로 이동하는 게 원칙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집결지에서 만나도 좋단다. 강남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신호등 때문에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행렬은 이내 뿔뿔이 흩어졌다.
강남에 풀어놓은 BMW가 다시 모인 건 경부고속도로 초입에서였다. 톨게이트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달리는 키드니 그릴의 행렬은 호기심 어린 시선을 잔뜩 그러모으기에 충분했다. 톨게이트 직후, 커팅 해놓은 피자 조각처럼 서서히 뾰족해지는 도로에서 BMW의 행렬은 다시 흩어진다. 태엽을 한껏 감았다 내려놓은 미니카처럼, 하나 둘씩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맹렬한 가속을 이어가는 ‘날쌘돌이’들의 꽁무니를 바라보며 750Li도 서서히 속도를 높인다. V8 4.8ℓ 367마력 엔진 속은 불지옥이 따로 없을망정, 가죽 향기 은은한 실내는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롱 휠베이스 기함의 체통을 지키느라 짐짓 점잔을 빼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뛰쳐나가는 걸 잘 알기에 언제나 여유만만이다.
750Li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5.9초. 이번 행사에 동원된 BMW 가운데 5.3초의 550i, 5.8초의 335i와 650i 컨버터블이 이어 세 번째로 빠르다.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어느새 진행차 X3 3.0d가 꽁무니에 붙었다. ‘자, 그럼 갑니다!’ 고운 가죽 시트에 등이 딱 들러붙으며 지평선을 향해 빨려 들어간다. 승차감이 워낙 좋아 ‘주행’이 아닌, ‘비행’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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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휴게소. 배기음만 남긴 채 사라졌던 335i와 650i 컨버터블이 지루한 표정으로 우릴 기다리고 있다. 어색한 표정으로 사진 한 방 찍은 뒤 이번엔 650i 컨버터블에 올랐다. 포토그래퍼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서였다. 운전대 역시 넘겨줬다. 역시나 지붕이 스스륵 벗겨진다. 하늘이 잔뜩 찌푸려 걱정스러웠지만, 포토그래퍼의 표정은 더없이 해맑았다.
다시 키드니 그릴의 행렬이 서해안 고속도로를 누빈다. 첫 번째 코스에서 335i로 한껏 흥이 오른 G 잡지의 여성 동지가 이번엔 750Li를 몰고 지평선의 점으로 사라져간다. 그 뒤를 335i가 맹렬히 뒤쫓는다. 완전 톰과 제리다. 한편, 우리 포토그래퍼는 무아지경에 빠진 채 시속 200km 너머 미지의 세계를 야금야금 맛보고 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이, 시야가 흐려온다. 비다! 그것도 장대비. 포토그래퍼에게 늘 얘기했다. 비 오는 날, 컨버터블 타고 달려도 빗방울은 들치지 않는다고. 과장이 심했다는 걸 들키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실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다. 어지간한 비는 윈드실드가 퉁겨내니까. 그러나 A필러와 윈도를 따라 졸졸 흐르는 물은 어쩔 수 없다.
워낙 속도가 빠른 데다, 비까지 세차게 내리는 통에 양쪽 A필러는 샤워기처럼 물줄기를 쏘아댄다. 이미 몸의 절반이 흠뻑 젖은 포토그래퍼의 표정이 사뭇 비장하다. BMW 행렬이 다시 멈춰선 곳은 전남 영광의 법성포. 상다리 휘도록 차려낸 굴비 정식. 역시 음식 인심은 전라도다. 다들 물수건으로 손을 닦을 때, 우린 얼굴을 훔치고 척척해진 머리칼을 짰다.
이번엔 550i에 올랐다. 550i 키를 넘겨주는 기자가 귀띔한다. “끝내줘요!” 그러고 보니 오늘 탔던 모델의 엔진이 전부 같다. 그러나 550i가 가장 가볍다. 고성능 차는 움찔 움직이는 순간, 느낌이 다르다. 550i가 그렇다. 순간순간 앞머리가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정신없이 튀어 나간다. 1천km마다 엔진오일을 보충해가며 M5를 탈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어느덧 육지의 끝. 선착장 직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꿈틀꿈틀 후진으로 배에 올랐다. 배도 후진으로 선착장을 빠져 나와 바닷물을 가르기 시작한다. 신안 해저 유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그 바다다. 그러나 배 위의 보물도 만만치 않다. 얼추 셈 해봐도 10억 원이 훌쩍 넘는다. 10분 만에 도착한 증도.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이날 저녁엔 칼럼에 소개한 ‘BMW 테크니컬 트레이닝’이 열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X3 3.0d를 타고 섬을 휘젓고 다녔다. 해안가 절벽 사이로 난 오프로드는 정말 압권이었다. 눈 돌리는 곳이 곧 한 폭의 풍경화였다. 동영상을 되감듯, 다시 배에 차곡차곡 차를 싣고 섬에서 빠져 나왔다. BMW와의 화끈하고도 애틋한 데이트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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