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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의 성능과 크기를 객관적인 수치로 나열한 것이 제원(Specification)이다. 이 제원에는 섀시 크기(Dimension)와 성능(Performance) 등이 포함된다. 차의 성능을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낸 것이 최고속도와 가속성능, 기준 단위당 연비 등이다. 이 가운데 가속성능은 차의 성능을 가늠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으로 통한다. 가속력은 정지상태 또는 일정 기준의 속도에서 풀 가속해 목표 속도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터법을 쓰는 우리나라는 정지상태에서 실용영역 최고속도인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을 쓴다. 마일 법을 쓰는 북미지역에선 기준속도를 60마일(약 96km/h)로 잡기도 한다.
이렇듯 성능의 주 관심사로 떠오른 가속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가속력이 가지는 의미와 완성차 메이커의 가속 테스트 방법을 비롯해 국내 수입차의 가속력 순위도 소개한다. 더불어 본지의 계측기의 원리와 측정 방법도 최초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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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낼 수 있는 최고속도는 마음만 먹으면 트랜스미션 세팅으로 도로의 한계치까지 올릴 수 있다. 다만 정지상태에서 최고속도까지 오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그러나 빠른 가속력을 만드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다. 때문에 가속능력이 차 성능의 객관적인 잣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차의 가속력을 결정짓는 요인에는 직•간접적으로 여러 가지가 있다. 직접적으로 엔진에서 뿜어내는 순간적인 회전력(최대토크)이다. 배기량이나 출력이 작아도 최대토크가 크면 뛰어난 가속력을 만들 수 있다.
간접적으로 가속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저항력과 마찰력이다.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이 없다면 차는 움직일 수 없다. 마찰력이 없다면 차는 그 자리에서 바퀴만 헛돌고 말 것이다. 차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타이어가 노면을 붙잡고 있는 마찰력을 넘어설 때 움직인다.
이런 저항력 가운데 공기저항도 빼놓을 수 없다. 같은 파워 트레인을 갖고, 갖은 무게를 지녔으나 디자인이 서로 다른 두 대의 차가 서로 가속력이 다른 것도 공기저항이 때문이다. 공기저항은 가속력과 연비, 고속주행 안정성. 소음 등에 영향을 미친다. 겉보기에 매끈한 헤드램프를 찬찬히 살펴보면 표면에 굴곡을 주거나 부풀려 올려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윈도를 닫았을 때 필러와 윈도 사이를 조금이라도 더 매끄럽게 다듬으려 애쓴 흔적도 볼 수 있다. 모두가 공기저항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 같은 엔진과 차체를 가지고 가속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트랜스미션의 세팅을 달리하는 법이다. 국산차 가운데 현대 티뷰론이 좋은 예다. 트랜스미션을 가속형으로 바꾼 티뷰론 TGX는 이전보다 더 빠른 가속을 이뤄냈다. 기어가 달린 자전거를 예로 들면, 앞쪽 페달을 지름이 작은 것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오르막을 오르기 쉽고, 가볍게 출발할 수 있다. 단 속도가 빨라지면 페달만 바쁘게 돌고 속도는 더 이상 나지 않는다.
변속 포인트 역시 가속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완성차(디젤 제외)는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급가속 때 시속 80~90km 사이에서 3단에 올라선다. 반면 아우디 RS4 등 몇몇 모델은 2단으로 시속 110km까지 치고 올라간다. 당연히 시속 100km 직전의 변속 레그가 없으므로 기록이 좋아진다. 물론 이런 구성은 그만큼 고속에서 포기하거나 보완해야할 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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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GPS와 자이로 센서 동원하는 로드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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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메이커는 새 차를 내놓으면서 관련기관이 인정한 공식 제원을 발표한다. 물론 반드시 발표해야하는 숙제는 아니다. 메이커 측에서 이를 바탕으로 차 성능의 우위를 내세울 수 있고, 좋은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혼다와 인피니티 등 일부 일본 브랜드에서는 최고속도와 가속력을 밝히지 않는다. 인피니티는 ‘안전을 위해서 밝히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국내 선보인 수입차 가운데 가속력이 가장 빠른 모델은 어떤 차일까.
본지에선 메이커 측에서 발표한 공식 제원 이외에 계측 테스트를 통해 성능을 실제로 측정하고 분석해 ‘로드테스트’와 ‘브리프 테스트’에 이용한다. 2003년 창간 이후 지금까지 계측기를 거쳐 객관적인 테스트를 거친 모델은 모두 150여 대. 무엇보다 같은 계측기로 같은 기자가 같은 장소에서 테스트를 치러온 덕에 상대적인 비교 평가의 가치는 어느 시승기보다 객관적이다. 그렇다면 본지 계측테스트 기준으로 국내 수입차 가운데 어떤 모델의 가속력이 가장 빨랐을까. 시판 전차종을 테스트 하진 않았으나 본지에 소개된 비중 있는 모델의 가속 테스트 기록을 순위로 공개한다. (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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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지 로드테스트에 쓰이는 계측기 다트론 마이크로 셋의 계측 방법을 소개한다. 방식은 엔진 ECU를 통해 연료 분사량과 드로틀 보디의 열림 정도, 매 순간의 타이어 회전 등을 계측할 수 있다. 더불어 13~15개의 위성으로부터 위치를 송수신하는 정밀 GPS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정밀 GPS는 표준오차가 20cm 이하로 군사용 시스템과 맞먹는다. 현존하는 위치시스템 가운데 최고의 성능을 지녔다.
계측은 가속 페달을 터치하는 순간부터 시작해 시속 100km를 돌파하는 순간 스스로 부저 소리와 함께 계측을 마무리한다. 테스트 기어는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해 모두 D레인지다. 테스트는 총 10회를 실시하고 가장 좋은 기록과 가장 나쁜 기록을 제외한 나머지를 바탕으로 평균치를 산출한다. 이 8번의 기록은 대부분 1.0초 이내의 소숫점 이하의 차이를 드러낼 만큼 오차가 적다.
물론 같은 장소인 강원도 문막의 발보린 모터파크에서 테스트가 치러지는 것도 객관성을 더한다. 환경적인 변화를 줄이기 위해서다. 미세하지만 바람 또는 타이어의 온도를 결정짓는 기온 등이 변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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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얻을 수 있는 계측 기록은 무려 80여 가지다. 이 가운데 기사에 공개되는 내용은 실용영역을 기준으로 가늠할 수 있는 5~6가지다. 나머지 계측 기록은 본지 테스트 팀이 가속기록과 변속 타이밍, 토크 포인트를 가늠할 때 쓰인다. 가장 기본적인 기록은 각 구간별 가속도와 이동거리, 동경과 북위, 해발 고도 등이다. (표2 메르세데스-벤츠 My B 계측 기록 결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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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처음 공개하는 일이지만 본지는 이 밖에 계측기를 하나 더 동원한다. 요(yo) 센서를 포함해 차의 앞뒤 기울어짐, 좌우 기울어짐은 물론 수평상태와 가속 때의 무게중심 이동까지 측정할 수 있는 ‘자이로 계측기’가 포함된다. 풀 가속 또는 풀 브레이킹 상태에서 차의 앞뒤 기울기는 물론 좌우에 힘이 더해지는 횡가속G까지 측정할 수 있다. 드리프트 상태에서 차의 앞과 뒤의 회전 정도를 데이터로 뽑아볼 수 있기도 하다.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는 물론 그 정도를 수치로 환산해 얻을 수도 있다. 막연히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테스트를 통해 객관적인 수치를 얻고 그를 바탕으로 리포트를 진행해 시승기에 객관성을 더하는 것이다.
더불어 가속성능과 관계는 없으나 본지의 제동거리 테스트를 소개한다. 제동 테스트는 브레이크 페달에 센서를 부착해 치러진다. 계측기의 부저가 울리면 위급순간과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고 빠르게 밟는다. 단 차가 달리는 동안 브레이크 페달을 스치기라도 하면 그 순간부터 제동거리가 측정되므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테스트한다. 물론 비가 내렸거나 노면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면 제동거리는 기사에 다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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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입차 브랜드는 시승차를 일정 거리 이상 주행한 다음 언론의 시승용으로 제공한다. 몇몇 예외가 있지만 길들이기를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막 나온 새 차를 미디어 시승용으로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표1)에서 보았듯, 본지 계측 기록은 완성차 메이커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가속성능과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 메이커의 공식 기록보다 뒤지는 것이 보통이다. 본지 계측 때 동반석에 계측을 담당한 기자가 한 명 더 동승하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 밖에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으나 무엇보다 테스트 방법의 차이다. 완성차 메이커에선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새 차의 제원에 무슨 방법을 통해서든 좋은 기록을 올리려 애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속성능 테스트 때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을 쓰고 있다. 이른바 플라잉 스타트다. 여담이지만 국내 메이커의 경우 구형보다 새 차의 제원상 성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해당 연구팀은 징계감이라고 한다. 따라서 비밀리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원상 성능을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고.
본지 계측은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출발 신호와 동시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 것으로 테스트한다. 반면 메이커 측에서는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아 엔진 회전수를 3천rpm가까이 높인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때면서 출발한다.
포르쉐 997 터보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신형 911 터보는 자동변속기의 가속력이 수동변속기보다 빠르다. AT는 유체 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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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치가 맞물려 힘을 전달하기 때문에 엔진과 트랜스미션 사이에 회전차이가 생긴다. 엔진이 10번 돌아도 트랜스미션은 그 회전수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반면 MT는 마찰 클러치를 쓴 덕에 두 개의 클러치가 직접 만난다. 때문에 엔진이 10번 돌면 트랜스미션도 10번 돈다. 이런 구조를 따졌을 때 같은 엔진과 차체라면 수동변속기의 가속성능이 더 빨라야 한다. 그러나 포르쉐 911은 반대다.
지난 7월 독일 퀴닉스타인에서 치러진 911 터보 카브리올레 미디어 드라이브에 참가한 본지는 현지에서 MT보다 빠른 AT의 가속력에 대해 포르쉐 측에 질문을 던졌고, 답변을 얻었다. 그 이유가 바로 플라잉 스타트다.
포르쉐 911 터보의 가속 기록은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은 후 출발한다. 이렇게 회전수를 올렸을 때 시점이 엔진 최대토크에 가장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포인트다. 때문에 수동변속기보다 더 빨리 최대토크에 접근할 수 있으므로 AT의 가속력이 더 빠르다. 수동변속기가 같은 방법을 쓰면 타이어가 스핀하거나 그게 아니면 주행안정장치가 가로 막기 때문에 기록은 더 나빠진다.
포르쉐의 공식 제원을 바탕으로 911 터보 카브리올레의 경우 정지상태에서 시속 160km까지 도달 시간은 AT가 MT보다 0.5초 빠르다. 그러나 시속 210km를 돌파하는 순간 이 차이는 0.2초로 좁혀진다. AT의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지상태에서 실용영역의 한계치까지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를 두고 메이커 간의 치열한 수치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속성능은 운전재미에서부터 안전까지 연관되는 수치다. 도로를 달릴 때 닥칠 수 있는 위험상황을 재빨리 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 건설되는 국내의 자동차전용 고속국도는 도로의 선형과 오르막 내리막 기울기를 조절해 최고안전속도를 시속 140km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조만간 일부지역을 시작으로 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조금씩 상향조정될 계획이다. 그때가 되면 실용영역의 한계치도 높아지게 된다. 앞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아닌, 130km 도달 시간이 제원에 포함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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