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코 차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며 손사레를 치던 치과의사 류희성(35). 그는 죽기 전에 꼭 타고 싶은 차를 묻는 질문에는 벤틀리 플라잉스퍼와 포르쉐 911 터보 등을 꼽아가며 장황하게 차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는 모델 뺨치는 세련된 외모에 시크한 패션 감각, 학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치과개원의라는 권위를 성큼 밀어내고 반갑게 다가선다. 학창시절 화가를 꿈꿨던 그는 공부보다 그림에 목숨을 걸었다. 주위의 반대로 꿈을 접고 들어간 곳이 치과대학.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학교에 미술동아리를 만들었다.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모은 돈은 작은 전시회를 여는데 쏟아 부었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부끄럽지도 않은 시절이었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났다. 화가를 꿈꾸며 키워왔던 미적 감각은 심미치과의사에게 색채와 미에 대해 수많은 감성을 불어넣어주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치아미백에 관해 손가락에 꼽히는 전문가다. 학문적인 이론뿐 아니라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치아미백의 개념을 바꿔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혼기 꽉 들어찬 미혼이지만 벌써 서울 압구정과 부산, 대전, 수원 등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스타화이트 치과의 원장이기도 하다. 시(時)테크에도 철저해 한 달이면 계획된 스케줄에 따라 전국 병원으로 특진에 나선다. 그런 그에게 메르세데스-벤츠 E 350 4매틱은 든든한 동반자다.
“지금은 부산에 살고 있습니다. 부산에는 겨울에도 눈이 많지 않아요. 대신 매달 꼬박꼬박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국 각지 병원에 특진을 나가는데 그때마다 4매틱이 참 유용해요. 눈이나 비가와도 안심이거든요. 저를 기다리는 환자가 있는데 약속을 어길 순 없잖아요.”
지금 타는 차의 장점과 단점도 물었다.
“우선 E-클래스에 달린 파노라마 선루프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처음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부산에 병원을 열었을 때 오픈카를 타고 싶었어요. 공기 좋은 부산의 삶을 제대로 즐기고 싶었거든요.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커다란 선루프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자동차란 명함대신 사용할 수 있는 표현 도구다. BMW나 렉서스 등을 물리치고 그의 E-클래스가 간택(?) 받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의료인으로서 환자에게 보여질 신뢰감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E-클래스를 타면서 아직 별다른 단점은 못 느낍니다.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은 디자인은 최고의 장점입니다. 차를 모는 즐거움보다는 차에 타는 편안함이 더 크게 다가오구요.”
그는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환자들 하나하나에게 감사의 연하장을 전할 계획이다. 그의 의술을 좇아 먼 길 마다않고 부산까지 내려와 주었던, 전국 각지의 200여 명 환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스타화이트 치과를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넓혀가는 이유도 이들을 위해서다.
또한 마음 한 켠에 담아두었던 꿈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늦었지만 화가의 꿈을 저버릴 수 없어서다. 여유가 생기면 다시 이젤 앞에 앉을 계획이다. 더불어 젊은 미술작가들의 작업공간도 마련하려 한다.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작가를 위해 공간을 만들고, 이를 작은 갤러리로 키워낼 욕심도 있다.
남들의 눈에 그는 이미 성공한 남자였다. 그러나 서른다섯 젊은(?) 총각에게는 여전히 이뤄야할 꿈이 남아있다. 그때까지 E-클래스는 묵묵히 그의 옆을 지켜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