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World Rally DNA '푸조 207RC' |
|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7/11/20 13:00 | 조회 : 1905 |
|
|
|
|
|
|
|
|
덜어도 너무 많이 덜어냈다. 전작 206RC는 WRC에서 주름잡던 레이싱 버전을 거리로 몰아낸 양산형이었다. 그만큼 잘 달리고 잘 멈추는 핫해치 가운데 하나였다. 올 봄 국내에 선보인 후속 207RC는 이전 모델의 레이싱 컨셉트를 구석구석 덜어냈다. RC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적당히 지켜냈다면 푸조가 목말라하던 이미지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냈을 것이다. 푸조에선 새 차를 내놓기에 앞서 ‘잘 팔리는 차를 만들자’는 경제논리가 앞섰을 것이다. 많이 팔린다하여 성공한 모델로 치켜세울 수 없고, 적게 팔렸다한들 흉볼 수 없다. 그래서 푸조의 깊은 속내는 더욱 알 길이 없다.
| |
|
|
206RC는 작은 차에 많은 것을 힘겹게 담았었다. 치장을 줄이고 오로지 잘 달리는 소형 해치백의 역할에 충실했다. 국내 데뷔 초기인 2005년 기준, 10여 대가 팔리는데 그쳤지만 작은 차체에 2도어, 게다가 아랫급 버전과 비교해 그리 도드라지지 않은 디자인을 지녔음에도 RC의 진면목을 알아준 10여 명의 오너가 있었다는 사실에 푸조는 감사해야 한다.
지난 5월 국내에 데뷔한 후속작 207RC는 전작의 명성을 잇고 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수동기어 한 가지만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RC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표독스러웠던 눈매, 입을 앙다물고 콧잔등을 잔뜩 웅크렸던 표정은 새 모델에 와서 많이 뭉개졌다. 이제 ‘아~ 방긋’하는 모습이다.
새 디자인은 강화된 유럽의 안전기준에 따라 운전자와 승객은 물론 보행자의 안전까지 고려했다. 이전보다 보닛이 높아진 것도 이런 이유다.
앞에서 언급했듯 전작에 담았던 레이싱 소품도 대부분 걷어냈다. WRC 머신마냥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에 카본장식까지 둘렀던 초소형 사이드 미러는 이제 커다랗고 평범한 모양이다. 무광 알루미늄 장식을 덧댄 연료주입구도 사라졌다. 뿐만 아니다. 존재의 당위성을 찾지 못해서일까. 보닛위에 뚫어놓았던 공기흡입구 장식도 사라졌다. 겉모습만 따져보면 이제 평범한 2도어 해치백이다.
새 엔진은 이전보다 배기량이 줄었다. 직렬 4기통 2.0ℓ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177마력을 냈던 전작과 달리 새 RC는 직렬 4기통 1.6ℓ로 바꿨다. 부족한 배기량은 THP 터보를 얹어 만회한다. 동급 최초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를 더해 숨어있는 엔진 파워를 최대로 이끌어낸다. 수치상 이전보다 작은 175마력(6000rpm)을 내지만 최대토크는 오히려 커졌다. 비교적 낮은 1천600rpm에서 24.5kg•m를 내고, 이 힘은 순간적으로 치솟는 토크 곡선을 그린다. 206RC는 작은 차체에 2.0ℓ급 토크를 냈으나 새 모델은 조금 무거워진 몸매를 V6 2.5ℓ에 버금가는 토크로 밀어붙인다. 이를 바탕으로 0→100km 가속을 7.1초에 끝내고, 최고속도는 시속 220km를 찌른다.
푸조의 인테리어는 프랑스 차의 낭만이 서려있다. 기능이야 어찌되었든 타는 사람이 낭만적이면 된다. 그래서 심플한 구성은 더 어울릴지 모른다. 인테리어는 이전보다 비싸 보인다. 내장재가 개선되었고 구성과 질감이 한결 업그레이드 되었다.
헬멧을 쓰지 않으면 안 될 듯 한 버킷 시트는 난센스다. 실내에서 유일하게 건져낼 수 있는 레이싱 DNA다. 동시에 시트를 제외하곤 눈 씻고 찾아봐도 RC 본연의 특징을 찾아볼 수 없다. 정작 우람한 레이싱 버킷 시트에 몸을 얹었으나 드라이버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평범한 푸조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주선에 달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사이드 볼스터가 두툼한 버킷시트처럼 다른 부분도 RC의 특색을 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런 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진다. 동시에 숨어있던 레이싱 DNA가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진짜 속내는 평범함 속에 자연스레 숨어 있었던 것이다. 우선 계기판 디자인이 레이싱 스타일 모터사이클 타입이다. 푸조가 미리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사실이다. 회전수와 속도 게이지가 커다란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들어찬 숫자들은 모조리 원심력에 의해 바깥으로 튀어나갈 기세다. 길이가 짧고 뭉툭한 시프트 레버와 알루미늄 패드를 덧댄 페달 역시 크게 드러나지 않는 스포츠성이다.
이전 206RC는 브레이크가 무서운 차였다. 슬쩍 발만 올려놓아도 바로 코앞에 고꾸라지듯 정확하게 멈췄다. 어설프게 힐 앤 토를 구사했다간 속도가 줄기는커녕 그 자리에 시동이 꺼져버리고 멈춰버리기 일쑤였다. 반응이 민감한 탓에 페달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반면 207RC는 편하게 멈추고 자세도 낮춘다. 의도적으로 줄여놓은 초기 답력은 금방 익숙해진다. 물론 토털 제동력은 이전과 다를 게 없다.
| |
|
|
|
|
절도 있게 제 자리를 찾아가던 시프트 레버는 이제 이동감각이 물렁하다. 반면 가볍고 경쾌한 엔진과 잘 어울린다. 매뉴얼 트랜스미션을 요리조리 찔러가며 가속과 감속을 번갈아가며 즐기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이전보다 박력은 줄었으나 이제 누구나 쉽게 덤빌 수 있다.
엔진은 저회전부터 최대토크를 뽑는다. 점진적인 토크분출이 아니라 제원상 최대토크 시점 직전에 빠르게 튀어올라 정점까지 치솟는다. 회전수에 맞춰 기어만 제대로 찔러 넣으면 앞으로 내빼는 파괴력이 흡사 두렵기까지 하다. 최대토크가 시작되는 회전수는 1천600rpm, 그러나 체감 영역은 2천500rpm을 넘어서야 제 성능을 낸다.
2~4단 기어비는 무척 짧은 편, 변속시점을 최대토크 영역에 두면 이 상태에서 레드존까지 치고 올라가는 시간이 각 기어별로 1.5초 안팎이다. 이보다 덜하지만 5단 순항기어도 치고 달릴 수 있는 펀치력을 지녔다. 때문에 고속순항 때 높은 회전수에 머무르게 되고 소음이 크다. 연료소모율에 대해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나 이런 구성이라면 고속순항 연비가 시내주행 연비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대신 고속순항상태에서 별다른 기어변속 없이 순항기어 만으로도 꾸준히 가감속을 거듭할 수 있다.
207RC는 힐 앤 토가 너그럽다. 적절하게 간격을 둔 덕에 발목을 슬쩍 비트는 모션만으로 회전수를 올릴 수 있다. 다만 슬쩍 건드는 정도론 최대토크 근처에도 못 미친다. 깊숙이 밟아주어야 원하는 토크 영역까지 회전수가 점프할 수 있다. 코너마다 부지런히 힐 앤 토와 더블 클러치를 반복해 회전수를 2천500rpm 이상에 묶어놓으면 어느 기어에서나 고무줄 당기듯 잡아당기는 느낌이 통쾌하다. 클러치는 돌덩이까지는 아니어도 초기 답력이 무겁다. 도리어 이런 스타일이 과격한 더블클러치 동작을 절도 있게 만든다.
207은 206의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성격을 바꿨다. 스타일리시한 실루엣과 매력적인 성능을 지녔다. 많이 무뎌지긴 했으나 207RC는 여전히 WRC의 전통과 기술력을 담고 있다. 다만 그것을 담아내는 방법에서 전작 206RC와 다른 방법을 택했다. 이전 모델이 도드라지게 레이싱 아이덴티티를 드러냈던 것과 달리 207RC는 보일 듯 말듯, 드라이버만이 눈치 챌 수 있도록 차체에 자연스레 녹아내리게끔 만들었다.
올 봄 야심차게 등장한 푸조 207 패밀리의 궁극점은 역시 207RC다. 1980년대 205GTi와 206RC로 이어저온,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푸조 랠리카 만의 정교한 기술과 전통은 표현방식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드라이버의 몫이다. 국내 판매 값은 3천500만 원이다.
| |
|
|
국내에 들어왔던 푸조 405시리즈를 기억하시는지. 한때 동부그룹에서 들여온 빨간색 푸조405는 낭만파 하이오너를 상징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미 푸조 라인업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고성능 해치백의 전설처럼 여겨졌던 모델이 205GTi. 이후 206RC로 진화되었고 라인업은 207시리즈에 이르렀다. 다만 그 옛날 205GTi를 추억하는 이들을 위해 일본 시장에선 RC 대신 여전히 207GTi로 불린다.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