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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야한다. 창업자 콜린 체프먼(Colin Chapman)의 자동차 철학을 지키고 있는 로터스는 다른 메이커가 엔진 기통수를 늘리고 배기량을 키워 최고출력 경쟁을 할 때 경량화를 통해 수퍼카 못지않은 실력을 실현했다. 엑시지S는 밑에 급 엘리스 섀시를 기본바탕으로 디자인을 대폭 수정하고 수퍼차저를 더해 로터스의 철학을 듬뿍 담은 고성능 모델로 태어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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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에 생산된 로터스 엘리스는 처음에 로버(Rover)사의 직렬 4기통 120마력 K시리즈 엔진을 얹고 있었다. 하지만 로터스는 미국 진출을 위해 보다 높은 출력과 배기가스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엔진을 찾았다. 당시 도요타 셀리카 GT-S에 얹은 직렬 4기통 1.8ℓ VVTL-i 180마력 고회전 엔진(2ZZ-GE)이 로터스가 요구하는 사항을 맞추었다.
밸브 타이밍과 리프트 기술을 갖춘 최신 엔진에 컴팩트한 사이즈, 8천rpm까지 돌리며 180마력을 뽑아내는 성능까지 갖추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이익을 거두고 있던 도요타에게는 로터스와 손잡아도 큰 이득이 없었기에 거절했다. 당시 로터스 연구소 선임 고문이었던 로저 벡커(Rog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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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ker)는 영국에서 도요타 본사가 있는 일본 나고야까지 수차례 방문하며 도요타를 끈질기게 설득시켰다. 결국, 로터스는 6단 수동 트랜스미션과 138마력 1ZZ-FE 엔진까지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엘리스와 엑시지는 엔진 계약이 끝나는 2015년까지 도요타 엔진을 계속 사용할 것이다. 다만, 앞으로 등장할 로터스 신형 에스프리는 BMW V8 터보 엔진을 사용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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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지S는 커다란 독침을 품은 말벌이 당장이라도 달려들것 같이 공격적인 모습이다. 성능과 걸맞게 공력특성을 고려한 기능적 디자인에 도로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화려함까지 갖추었다. 앞 범퍼부터 보넷트까지 일체형으로 덮고 있는 글래스 파이버 재질은 접촉 사고라도 나면 견적 좀 나오겠지만 경량화에는 한 몫 한다. 경량화는 로터스의 특기다. 엘리스도 마찬가지로 엑시지의 뼈대는 알루미늄과 에폭시 접착제로 만들어졌다. 위쪽이 개방된 욕조 모양의 메인 알루미늄 프레임은 가볍고 낮은 무게중심을 이루어 냈다. 볼트 연결을 풀고 떼어낼 수 있는 철판 지붕은 보디 강성 보다는 롤 오버 때 운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모빌라이저 중앙 집중식 리모컨 키로 도어 잠금을 해제하고 나서 엄지손가락이 꺾일 정도로 꾹 눌러 열어야 하는 도어는 실내로 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에 불과하다. 도어의 절반까지 올라와 있는 알루미늄 도어 빔을 넘어 운전석에 앉기까지 요령이 필요하다. 서커스에서 조그만 상자 안에 몸을 구겨 넣는 것처럼 오른쪽 다리부터 엉덩이, 머리, 왼쪽다리까지 순서대로 차곡차곡 몸을 구겨 넣어야 한다.
도로용 경주차 명성답게 매트나 방음재 같은 것은 찾아 볼 수도 없고 훤한 알루미늄 판 위에 2개의 가죽-알칸테라 버킷 시트 2개만 달랑 올려놓았다. 발판 안쪽으로 섀시 연결부위의 붉은 색 에폭시 접착제가 보이고 방금 막 선반으로 깎아서 붙인 듯 한 알루미늄 패달과 기어 노브가 발바닥과 손바닥 신경을 자극한다.
알칸테라로 덥혀 있는 대시보드에는 엑시지S의 뜨거운 열기를 식혀줄 통풍구가 여기저기에 보인다. 에어콘을 비롯해 버킷 시트 뒤쪽과 대시보드 양쪽에 박힌 스피커 그리고 알파인 오디오는 로터스가 미국 시장에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한 증거다. 연예인 얼굴만큼 작은 지름의 스티어링 휠은 랙 앤드 피니언 방식으로 샤프트를 통해 유압장치 없이 앞바퀴에 그대로 연결되어 있어 정지시나 주차할 때는 힘을 많이 주어야 한다.
클러치는 일반 승용차보다 무겁지만 하드코어 머신치고는 가벼워 수동 기어를 다루는 운전자라면 클러치 조작에 문제가 없겠다. 기어 노브를 움직일 때 마다 콘솔박스가 같이 흔들리지만 ‘철커덕’거리며 들어가는 기계적인 소리와 느낌이 좋다.미드십 가로배치 엔진 구조는 양쪽 뒷바퀴에 연결된 샤프트 길이가 틀려서 가속시 꽁무니가 좌우로 미끄러지는 토크스티어가 일어날 수 있다.
국내 들어오는 엑시지S는 LSD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양쪽 뒷바퀴 샤프트를 꽉 잡으며 이런 토크스티어를 미연에 방지한다. 실내에서 끄고 켤 수 있는 TCS는 한계 그립이 워낙 높아 도로 주행에서 그리 할일이 없어 보인다. TCS를 끄고 LSD가 양쪽 뒷바퀴 샤프트를 꽉 잡으면 토크스티어 없이 6천rpm 이상에서 나오는 토크를 곧바로 타이어에 전달하며 튀어나가는 로켓 스타트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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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rpm에 도달하면 계기판에 작은 시프트 램프가 깜빡이고 여기에 맞추어 가속을 하면 1단으로 시속 40km를 넘기고 2단으로 시속 95km 부근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3단이 들어가면서 시속 100km를 넘긴다. 마치 장남감 미니카를 뒤로 당겼다가 놓으면 튀어나가듯 가속된다. “쌩앵~”거리는 수퍼차저 풀리음과 더불어 저rpm 영역의 토크 밴드를 두텁게하고 6천rpm 이상으로 가면서 VVTL-i 엔진의 고회전 캠이 8천rpm까지 끌어당긴다. 4.3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는 수치상의 제원보다는 짜릿함과 공포감이 교차하는 그 가속 과정에 놀란다.
달리는 내내 엉덩이 밑에 알루미늄 철판 하나만 깔고 아스팔트 위를 말 223마리가 떠미는 느낌이다. 접착제 같이 끈적거리는 요코하마 어드반 A048 세미슬릭 타이어는 도로 위에 조그만 돌도 뒤로 던져버린다. 심지어 젖은 노면에서 물기가 차체를 치고 올라오는 소리가 느껴질 정도다. 너비 195mm 16인치 앞 타이어와 225mm 17인치 뒷 타이어만 봐도 엑시지S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스티어링으로 방향을 잡고 코너를 파고 들어가면 넓은 그립을 가진 뒤 타이어가 라인을 정확히 밀고 들어간다. 타이트한 코너가 어우러진 와인딩 산길에서도, 270°를 돌아나가는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도 본지 계측기에 1.0G 이상의 횡력(측면가속도; Lateral Acceleration)를 받으면서 그립을 유지하고 안정된 라인을 그려냈다. FF처럼 앞 타이어가 부담을 받고 그립 한계를 넘어서는 언더스티어도 없고 FR처럼 뒤 타이어가 앞 타이어를 따라가지 못하며 뒤가 날아가는 오버스티어도 웬만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MR의 무게배분, 타이어 그립 그리고 서스펜션 등이 절묘하게 조율된 결과다. 스티어링 휠에 손을 갖다 대기만 해도 앞바퀴가 돌아갈 정도로 민감한 핸들링을 자랑한다. 하지만 민감한 스티어링 감각을 얻은 대신 고속 주행 안정성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엑시지S의 시속 150km 주행은 다른 차에서는 시속 200km를 훨씬 웃도는 느낌이다.
로터스는 99명의 일반인이 외면해도 1명의 자동차 매니아를 위해 태어난 자동차이다. 요가를 하듯 몸을 구기며 타야하는 불편함, 아스팔트에 엉덩방아를 찌는 듯한 승차감, 실내 잡소리와 허술한 내장재 마무리에 99명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하지만 기계를 내 마음대로 운전하는 즐거움, 원초적이고 짜릿한 가속감, 여기에 1.0G의 횡력을 견뎌내는 코너링 실력을 알아주는 1명을 위한 자동차가 바로 로터스 엑시지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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