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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orty Gentleman '재규어 XJ 4.2 LW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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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7/11/20 13:04 | 조회 : 18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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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흰 연미복과 스포츠 캡, 스니커즈. 잡지 화보 속 늘씬한 모델이나 소화해낼 역설적 조화다. 포슬린(Porcelain) 컬러로 단장한 2008년형 재규어 XJ 시승차의 분위기가 딱 그런 느낌인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 오토살롱에서 베일을 벗은 2008년형 재규어 XJ가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재규어는 반드시 재규어다운 모습이어야 해요. 슬쩍 곁눈질하는 것만으로도 재규어인지 알아챌 수 있어야하죠. 2008년형 XJ 역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어요. 새로운 그릴과 범퍼를 보세요. 굳이 엠블럼을 보지 않더라도 재규어란 사실을 단박에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칼럼(Ian Callum)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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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애스턴마틴 디자인의 초석이 된 DB7과 재규어 XJ, S-타입을 그린 거장, 이안 칼럼. 그의 디자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심플해진다. 그는 “지나치게 디테일에 치중한 디자인은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S-타입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으면서 “재규어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데 트윈 헤드램프와 그릴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했던 그다.
성형 수술한 XJ를 기다리는 심정이 걱정 반, 기대 반이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행여 거장의 고집이 지나쳐, XJ의 우아한 실루엣과 캐릭터 라인을 스팀 다림질하듯 쫙쫙 펴진 않았을까 초조함이 앞섰다. 다행스럽게 손질을 거친 XJ는 걱정할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 천하의 이안 칼럼도 보수적인 팬 층이 두터운 XJ를 주무르는 건 꽤나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어쩌면 매각설로 어수선한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 변화는 곧 비용을 의미하니까. 포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묶어서 팔 계획인데, 대우상용차를 인수하며 우리에게 알려진 인도의 타타 그룹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 때 식민지였던 인도가 영국의 자존심, 재규어를 사들인다? 유쾌한 반전은 분명한데, 재규어 팬의 한 사람으로서 왠지 서글플 것 같다.
재규어는 XJ에 스포티한 느낌을 불어넣어 라이벌과 차별화하기로 결심한 듯하다. 반짝이는 그릴이 대표적이다. 한 개로는 성에 차질 않았던지 앞 범퍼의 흡기구에도 같은 패턴의 그릴을 심었다. 날카롭게 벼려진 이빨을 드러낸 모습이 벤틀리 못지않게 과격하다. 전반적으로 롱 휠베이스 세단의 장중함과 스포티한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이뤘다.
과감한 터치는 자제했을지언정, 단순명료함을 추구하는 이안 칼럼의 취향은 2008년형 XJ에 충분히 반영되었다. 화사한 컬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검정색 플라스틱을 없앤 앞 범퍼 때문이기도 하다. 펜더의 파워 벤트와 XJ 로고 글씨체는 영락없는 XK다. 깜박이를 머금은 사이드 미러는 어딘지 낯익다. 볼보 S80 것을 BLIS만 빼고 가져온 까닭이다.
인테리어의 변화는 앞좌석에 집중됐다. 새로 디자인한 시트를 넣으면서, 등받이와 엉덩이 받침에서 시원하거나 뜨뜻한 바람을 솔솔 뿜는 기능을 더했다. 시트의 등받이 뒤쪽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뒷좌석의 다리 및 발 공간도 늘어났다. 그러나 이전과의 차이를 쩨쩨하게 따지기엔 뒷좌석 공간이 워낙 넓다. 무늬만이 아닌, 제대로 된 롱 휠베이스 모델답다.
대시보드와 각종 스위치는 이전의 XJ와 판박이다. 한글 내비게이션과 DMB의 리모컨을 통합하면서 조금 더 쓰기 편해졌는데, 내비게이션의 조악한 지도 그래픽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양쪽 앞좌석 머리받침 뒤쪽의 모니터는 자랑스럽다. 비싼 차 티가 팍팍 나니까. 그러나 손으로 잡아당겨야 하는 뒷좌석 도어의 햇빛 가리개는 감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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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XJ 4.2. 자연흡기 방식의 V8 4.2ℓ 엔진을 보닛 속에 품었다. 국내 인증 기준, 최고출력은 300마력. 다임러 V8은 여기에 수퍼차저를 더해 400마력을 뿜는다. 이전에 XJ 수퍼 V8을 시승했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400마력은 필요 이상 넘치는 파워였다. 휠 스핀을 일으키며 천방지축 날뛰기에 XJ의 모습은 너무나 우아하다.
자연흡기 V8 4.2ℓ는 XJ만의 느낌을 가장 잘 표출할 수 있는 심장이다. 과급기가 없어 회전수 치솟는 과정이 매끄러울 뿐 아니라 헐떡이며 체면을 구길 일 없을 만큼 경쾌하게 차체를 쏘아 붙인다. 경제성을 말하자면, 두 말할 것 없이 V6 2.7ℓ 디젤의 손을 들어줘야 마땅하나 재규어의 귀족적 품격을 흠모해온 이에겐 특유의 소음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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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J는 보기보다 훨씬 경쾌하다. 본딩과 에폭시 수지 접착 방식으로 완성한 알루미늄 보디 덕분이다. 도색 전 보디 껍데기 무게가 220kg. 스틸 보디의 360kg에 비해 40% 정도 가벼운 셈이다. XJ 4.2의 공차 중량은 1천800kg. 같은 엔진을 얹은 동생뻘, S-타입과 거의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XJ 4.2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6.6초.
섀시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더블 위시본에 에어서스펜션을 더해 완성했다. 셀프 레벨링 기능을 갖춰 도로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 지상고를 유지하고, 시속 120km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차고를 15mm 낮춘다. 에어서스펜션은 컴퓨터 능동 기술 서스펜션(CATS) 시스템과 어울려 승차감과 핸들링을 조율한다. 단, 운전자가 입맛대로 댐퍼 감쇄력을 조절할 순 없다.
긴 휠베이스 때문에 직진주행안정성은 뛰어나다. 앞 오버행이 짧아 고개를 끄덕이는 피칭현상도 적다. 하지만 굽잇길을 헤집는 건 가볍고 기다란 카누로 수면을 가르는 느낌과 무척이나 비슷하다. 따라서 재규어 XJ는 섬세한 운전이 어울린다. 스티어링 휠을 나긋나긋 조작할 때 가장 재규어다운 몸놀림을 기대할 수 있다.
XJ의 움직임엔 중독성이 있어서, 일단 맛을 들이면 헤어나기 어렵다. 이런 만족감의 깊숙한 바닥엔 ‘편안함’이 자리한다. 승차감이든, 핸들링이든 결국 운전자의 오감(五感)을 통해 느끼는 종합적인 움직임이니 편차가 있기 마련인데, 유독 XJ엔 표현만 다를 뿐 좋은 평가가 줄을 잇는 걸 보면, 재규어가 하체 세팅에 남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7세대 XJ는 벌써 데뷔 5년째를 맞는 만큼 라이벌보다 장비나 기술 수준이 다소 뒤쳐진다.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건, 우아한 디자인과 매끄럽고 편안한 운전 감각 등 라이벌 누구도 갖지 못한 재규어만의 개성이 진하게 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만한 덩치에 하이브리드 기술 없이 8.0km/ℓ를 기록한 연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포인트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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