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리스 :::

기억 속으로 사라졌던 포드의 영웅은 파이브헌드레드의 몸을 빌려 부활했다. 포드는 올해 초 북미오토쇼에 파이브헌드레드 후속을 선보이며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을 다시 쓰게 될 것”임을 내비쳤다. 모두가 토러스의 부활을 기대했고 그들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름은 토러스지만 차 전체는 파이브헌드레드의 오라가 강하다. 이전 모습 그대로에 앞뒤를 손보고 새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얹었다. 포드의 새 얼굴로 등장한 크롬 트라이(Tri) 바가 프론트 그릴을 채웠고, 테일램프는 클리어타입으로 바꿨다. 표정이 없는 앞모습에선 전에 없던 카리스마가 진하게 풍긴다.

파이브헌드레드는 폭스바겐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디자이너 제이 메이스의 입김이 가득했다. 이를 밑바탕으로 한 뉴 토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계기판과 인스트루먼트 패널 정도를 손봤을 뿐, 높다란 커맨드 시트와 심플한 라인의 매력은 이전 그대로다.

센터페시아에 심어 넣은 인대시 타입 한글 내비게이션도 반갑다. 딜러옵션으로 마련한 선택사양으로 후방카메라까지 덤으로 얹었다.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 방식에 인스톨 마무리도 수준급이다. 특히 후방카메라의 화질은 벤츠나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않게 또렷하고 깨끗하다. 싼 차에서 비싼 차를 앞서는 상품성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넉넉한 실내에는 컵홀더가 8개나 된다. 대시보드 위에는 작은 노트 정도는 거뜬히 삼킬 수 있는 수납함을 얹었고, 다양한 수납공간을 요리조리 깔끔하게 숨겼다. 이제 이 공간을 잘 써먹는 일만 남았다. 나중에 중요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허둥대지만 않는다면….

플랫폼은 볼보에서 쓰던 P2를 기본으로 앞바퀴굴림과 할덱스 AWD 시스템을 쓴 네바퀴굴림(P2X)이 나온다.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된 V6 3.5ℓ 듀라텍 엔진은 파워의 응집력이 강하다. 출력 곡선은 부드럽게 솟아오르다 정점까지 순식간에 빨려 올라간다. 앞바퀴굴림인 시승차는 생각 없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간 거침없이 휠 스핀을 일으킨다. 시속 90km 이하의 실용영역에서도 킥다운 만으로 종종 휠 스핀을 경험한다. 268마력의 파워가 순간적으로 굴림 바퀴에 모아지면 타이어(225/55 R 18)의 접지한계를 가볍게 넘어서는 셈이다.

엄청난 토크 스티어도 드러낸다. 급가속 때는 차 앞쪽이 불끈 들리는 스쿼드 현상과 함께 스티어링 휠이 좌우로 한 번씩 움찔거린다. 앞바퀴굴림차는 엔진에서 뿜어져 나온 회전력이 트랜스미션을 거쳐 양쪽 바퀴에 전달한다. 이때 회전력을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는 구조상 좌우 길이가 다르다. 때문에 같은 회전력이 전해진들 힘의 크기는 양쪽이 분명 다르다. 이런 힘의 편차 탓에 스티어링 휠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바로 토크 스티어다. 새 엔진의 순간 출력이 그만큼 날카로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6단 트랜스미션은 초기 반응이 느린 편. 다만 엔진 브레이크의 효과는 매섭다. 시프트다운 때 지긋이 앞머리를 숙이다 뒷덜미를 잡아 체이듯 차는 땅바닥에 내리꽂힌다. 점잖고 솜털 같은 대형 세단은 마음만 먹으면 268마력을 와락 쏟아내고, 중속에 초점을 맞춘 최대토크를 고스란히 뿜어낸다.

뉴 토러스는 디자인과 출력 등 2% 부족했던 아쉬움을 다시금 완벽하게 채워 돌아왔다. 차고 넘쳐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출력은 아니지만 서스펜션과의 매칭에선 출력이 남아돌고, 점잖던 겉모습은 이제 도도한 눈으로 우리는 노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