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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지상주의 메이커의 승자는? '혼다 레전드 VS 인피니티 M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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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8/01/02 10:14 | 조회 : 18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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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자동차를 꼽는 기준은 복합적이다. 구체적으로 디자인, 성능, 편리성, 품질, 값이 고르게 매력적이어야 한다. 위의 요소는 어느 한 가지만 뛰어나도 안 된다. 서로 균형이 잘 잡혀야 한다. 그래서 좋은 차는 아무 메이커나 만들 수 없다. 물론 개인에 따라 일부 요소만 뛰어나도 좋은 차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너 취향에 따라 디자인 혹은 성능 등만 끝내줘도 베스트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도 자동차의 기본 컨셉트는 고루 만족시켜야 한다. 예술품 혹은 머신을 거리에서 타고 다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1위 메이커로 부상한 토요타는 어느 편에 치중하지 않은 밸런스가 뛰어난 자동차를 만든다. 혹자는 토요타 차는 개성이 없다고 비난하지만 유럽, 미국의 기라성 같은 메이커를 누른 비결임이 분명하다.
반면 같은 일본 메이커지만 혼다와 닛산은 다르다. 초창기부터 기술 지상주의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초창기 닛산은 영국 오스틴과의 제휴로 자동차 제조 기술을 얻었지만 1950년대부터 독자적인 엔진을 생산하며 토요타와 함께 일본 자동차 공업을 리드했다. 1957년 등장한 블루버드는 토요타 코롤라와 함께 일본 모터리제이션을 이끌었다. 같은 해 등장한 스카이라인은 ‘포르쉐를 추월한 일본차’라는 전설과 함께 11세대로 이어지며 일제 고성능 자동차의 대명사가 되었다.
혼다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다. 오토바이를 만들던 혼다는 1962년 S360 컨셉트를 내놓으며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다. 당시 일본 정부는 경쟁력을 높인다며 군소 자동차 메이커의 합병을 유도했고 실제로 당시 닛산은 프린스, 후지중공업, 민생디젤(닛산 디젤의 전신)등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안던 시절이다.
이처럼 기존 메이커도 문을 닫는 상황에서 창업자의 강한 의지만으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혼다는 양산 모델 S500 개발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자동차 레이스의 최고봉인 F1 그랑프리 출전에 나선다. 혼다의 무모한 도전은 1965년 F1 그랑프리 우승컵을 거머쥐고 2년 뒤 일본 최초의 앞바퀴굴림 소형차 N360이 대히트하며 결실을 맺는다. 베스트셀러가 된 시빅, 어코드 등의 대중차는 물론 세계 최초의 알루미늄 차체 양산차 NSX와 같은 스포츠카까지 모두 ‘기술의 혼다’ 역량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술력을 으뜸으로 꼽는 혼다와 닛산의 철학은 따로 다루겠다. 워낙 긴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본지가 혼다와 닛산 가운데 과연 어느 곳이 더 기술력이 뛰어난지 살펴보기로 한 배경은 그렇다. 비교 기준은 ‘잘 달리는 차’다. 포커스를 ‘잘 달리는 차’로 한정한 이유는 같은 코스를 더욱 빨리 주파하는 차가 ‘더욱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잘 만들어진 차’라는 판단 때문이다.
혼다와 닛산을 비교해야 하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닛산차가 들어오지 않는다. 닛산차는 내년에 상륙할 예정이고 현재는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만 들어온다. 거꾸로 혼다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 어큐라가 있지만 마찬가지로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행히 적당한 비교 모델을 찾았다. 미국에서 어큐라 RL로 팔리는 레전드와 일본에서 닛산 푸가로 나오는 인피니티 M35가 주인공이다. 두 모델은 엔진 배기량, 차급은 물론 값까지 견줄 수 있다. 단, 레전드는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이지만 M은 중상위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태백 서킷에서 혼다 레전드와 인피니티 M35의 한판 승부를 벌이기 제원부터 살폈다. 차체 크기는 레전드가 길이×너비×높이 4천930×1천845×1천455mm, M35가 4천900×1천795×1천510mm다. 길이와 너비는 레전드가 크고 M35가 높이가 크다. 휠베이스는 레전드 2천800mm, M35가 2천900mm로 차체가 작은 M35가 더 크다. 차체 앞뒤 무게비를 5 대 5에 가깝게 유지한 프론트 미드십 방식 뒷바퀴굴림 구동계인 M35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난 셈이다. 공기저항계수(Cd)는 레전드가 0.29, M35가 0.2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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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크기는 레전드가 머리 공간이 997(앞)mm, 946(뒤)mm이고 M35가 1천6(앞)mm, 960(뒤)mm로 모두 M35가 여유롭다. 다리 공간 역시 레전드가 1천76(앞)mm, 923(뒤)mm이고 M35는 1천123(앞)mm, 947(뒤)mm로 M35가 넓다. 단, 너비는 레전드가 1천478(앞)mm, 1천426(뒤)mm이고 M35는 1천478(앞)mm, 1천445(뒤)mm로 앞자리만 두 차 사이즈가 같다.
운전자와 승객의 공간은 M35가 장점이 많다. 특히 시승차처럼 기본 모델에 리어 시트 패키지가 추가된 P-그레이드를 선택하면 더 그렇다. 열선이 더해진 전동식 뒷자리 시트와 전용 오디오&공조장치 컨트롤 스위치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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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5 P-그레이드의 차값은 6천710만원으로 6천780만 원인 레전드보다 70만 원 싸다.
그 밖에 두 차의 실내 장비 가운데 장단점을 짚었다. 레전드는 스티어링 휠에 변속 패들이 달려있고 조수석에도 허리받침 부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또 버튼을 눌러 뒷자리 헤드레스트를 접어 운전자의 룸미러 시야를 좋게 할 수 있고 트렁크도 여닫을 수 있다. 엔진 소음의 반대되는 주파수를 내부 스피커에서 뿜어내 정숙성을 높은 능동 소음 제거 시스템(ACC)도 레전드의 자랑이다.
반면 M35는 스티어링 휠 변속 패들과 앞자리 동반석 허리 받침이 없고 뒤쪽 사이드 윈도에 햇빛 가리개가 없다. 레전드와 비교해 유일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리어 시트 패키지가 강력한 메리트로 다가온다. 특히 뒷자리 오너라면 열선도 없는 레전드와 비교해 M35가 더욱 매력적일 것이다. 참고로 레전드와 M35는 한글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갖췄다.
두 차 모두 V6 3.5ℓ 엔진이 얹혔다. 하지만 꼼꼼히 살피면 큰 차이가 있다. 레전드는 싱글캠 방식 SOHC이고 M35는 캠축이 두 개인 DOHC다. 단, 모두 실린더마다 흡기 2개, 배기 2개의 밸브를 지닌 24 밸브 방식이다.
레전드의 V6 3.5ℓ VTEC 엔진은 흡기 캠을 조절해 저회전에서는 밸브 1개를 움직이고 고회전일 때 모두 여닫아 연비와 출력을 높이는 구조다. 여기에 가변형 흡기 매니폴드를 적용해 연소 효율을 더욱 높였다. 제원상 성능은 최고출력 295마력(6천200rpm), 최대토크 36.0kg•m(5천rpm)다.
M35의 V6 3.5ℓ 엔진은 13년째 세계 10대 엔진에 오른 VQ다. M35 역시 흡기 쪽에 CVTCS를 얹어 밸브 타이밍을 조절한다. 제원상 최고출력 280마력(6천200rpm), 최대토크 37.0kg•m(4천800rpm)을 낸다. 레전드와 비교해 마력은 낮지만 토크가 높다. 또 고무벨트를 쓴 레전드와 달리 영구적인 체인형 타이밍 벨트를 지녔기에 유지 관리비가 적다. 국내 공인 연비는 8.1km/ℓ로 똑같다.
변속기 역시 5단 자동 방식으로 같다. 레전드는 혼다 자체 제품이고 M35는 닛산 계열 자트코가 만들었다. 8단 자동변속기도 등장한 요즘 5단에 불과한 이들 변속기는 구닥다리 같은 인상이다. 하지만 혼다와 닛산은 자신들의 고회전 타입 엔진의 성능을 자신하기에 기어비가 넓은 5단으로도 모든 주행 영역에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쉽게 이야기해서 그만큼 분주하게 변속하지 않아도 엔진 파워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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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 배치와 구동계는 두 차가 완전 다르다. 레전드는 가로 배치형 엔진 배치에 네바퀴굴림 구동계를 얹었다. 수퍼 핸들링 네바퀴굴림 시스템 SH-AWD는 혼다 고유의 장치로 구동력을 뒤 차축에 30~70% 전할 수 있다. 게다가 주행 상황에 따라 양쪽 뒷바퀴 가운데 한쪽으로 뒤쪽 구동력 100%를 몰아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는 언더스티어를 최소화시켜 빠르고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게 해준다.
엔진을 세로로 둔 M35는 전형적인 뒷바퀴굴림(FR) 구동계가 달렸다. BMW처럼 다이내믹한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피니티는 뒷바퀴굴림 구동계에 큰 애착과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물론 독자적인 네바퀴굴림 시스템 아테사-ET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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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계가 있지만 국내 수입되는 M35에는 얹지 않는다.
이제 본격적인 평가에 나설 차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직 ‘잘 달리는 차’가 뛰어나다고 판단하는 기사임을 분명 밝힌다. 비교 무대는 태백 레이싱 파크. 총 길이 2.5km의 트랙을 갖춘 이곳은 900m에 달하는 직선 구간과 6개의 코너를 갖추고 있다. 참고로 지난 11월호에 주행 테스트를 벌인 BMW 335i 세단이 1분9초대의 베스트 랩을 기록했다.
먼저 0→시속 100km 가속력과 시속 100km 주행 때 제동거리를 측정했다. 국내 유일하게 본지가 보유한 코르시스 다트론 마이크로 셋 계측기를 가동한 결과 레전드는 9.250초가 나왔고 M35가 9.001초를 기록했다. 양사 모두 0→시속 100km 가속치를 밝히지 않기에 제원 비교는 불가능했다.
시속 100km 제동거리는 레전드가 45.02m, M35가 44.76m로 나왔다. 근소한 차이지만 직선로에서는 M35가 레전드보다 더 잘 달리고 멈춘다고 할 수 있다. 레전드는 결국 서킷 코너에서 네바퀴굴림 SH-AWD에 의지해 M35를 추월해야 이번 승부에서 우승이 가능했다.
레전드의 V6 3.5ℓ VTEC 엔진은 6천800rpm까지 매끄럽게 치고 나간다. VTEC 때문에 고회전에서 지체되는 느낌 없이 회전수가 급속하게 상승하는 기분이 좋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변속 패들은 코너 직전 시프트 다운에 이어 탈출 때 시프트 업 하기에 좋다.
M35 역시 활기차게 엔진이 돌아간다. 회전 반응은 두 차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엇비슷하다. 변속 패들이 없어 한 손으로 기어 레버를 움직여야 하기에 조금 불편하지만 시프트 다운 때 스스로 엔진 회전수를 높여 일종의 더블 클러치 효과를 내는 ‘다운 시프트 레브 매칭’ 기능 덕택에 배기음이 ‘왕’, ‘왕’ 거리는 운전 재미가 크다. 마치 레이싱카를 모는 기분이다.
코너에 진입하기 전 급제동을 걸면서 우열이 명확하게 들어난다. 레전드가 상대적으로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디스크 사이즈는 두 차 모두 앞쪽이 320mm, 뒤쪽은 레전드가 310mm, M35가 307mm로 거의 같고 타이어 접지면도 245mm로 동일하지만 M35의 체감 제동력이 훨씬 뛰어나다. 레전드가 M35보다 약 50kg 무겁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긴 어렵기에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제동 단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레전드는 회전을 시작하는 순간에도 심하게 기우뚱거리며 안정감을 잃는다. 50시리즈 타이어의 사이드 월이 차체 무게에서 오는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느낌이다. 반면 M35는 깔끔하게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향한다.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필링 역시 M35가 좋다.
클리핑 포인트를 지나 코너를 탈출하는 순간에 가서야 레전드는 SH-AWD의 장점을 선보인다. 네바퀴의 구동력을 조절해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오가며 뉴트럴 궤적을 그려내려고 애쓰는 모습에 대견함마저 느낀다. 그만큼 스핀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 있게 액셀 페달을 짓이길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불만이 있다. SH-AWD가 네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는 모습을 그래픽으로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정작 스티어링 휠에 가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바깥쪽 뒷바퀴에 구동력이 집중되고 있으련만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답답하기 그지없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급코너를 돌며 상체를 옆으로 기울여 SH-AWD 디스플레이를 살피자 예상대로 바깥쪽 뒷바퀴에 맥시멈으로 구동력이 전해지고 있음을 눈으로 목격했다. 하지만 매우 위험한 행동이니 이 글을 읽는 레전드 오너라면 흉내 내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혼다 측에 센터페시아에 달린 대형 디스플레이에 SH-AWD 작동 그래프가 표기되도록 개선해줄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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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5는 코너 탈출 때 드로틀을 여는 박자가 빠르면 살짝 뒤쪽 꽁무니가 흐르며 오버스티어가 일어난다. 손에 땀이 슬쩍 나지만 주행안정장치(VDC)가 개입해 차체의 균형을 되찾아주기에 안심해도 된다. 물론 레전드도 주행안정장치(VSA)가 달려 과격한 주행 때도 스핀 위험을 최소화시켜준다.
기자와 후배 기자가 각각의 시승차를 2번씩 번갈아 모는 방식으로 서킷을 누볐다. 과열로 인한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 5랩마다 피트로 들어와 엔진과 브레이크, 타이어를 식힌 뒤 주행에 나섰음을 밝힌다.
기자의 경우 레전드의 베스트 랩타임은 1분16.7초, M35는 1분15.2초를 기록했다. 후배 기자는 레전드 1분17.3초, M35 1분15.7초로 나왔다. 모두 M35가 레전드보다 1초 이상 빨랐다.
인피니티 M35의 완승인 셈이다. 예상과 다른 혼다 레전드의 완패 요인에 대해 토론을 벌인 결과 브레이크 성능이 떨어지고 네바퀴굴림 SH-AWD로 인한 동력 손실이 크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아래의 베스트 랩타임 기록을 근거로 서킷 주행 때 메인 직선로에서 M35는 시속 175.99km, 시속 174.65km를 찍었고 레전드는 시속 170.12km, 시속 169.49km에 그쳤다. 제동 때는 M35가 최고 -1.10G를 찍었지만 레전드는 -0.95G를 기록하며 감속 세기가 떨어졌다.
그렇다고 레전드가 M35에 비해 모두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과 태백 서킷을 오가는 약 600km 구간에서 측정한 연비 테스트에서 레전드가 7.22km/ℓ, M35는 6.96km/ℓ를 기록했다.
네바퀴굴림 구동계로 인해 차무게가 그만큼 더 나가고 굴림 저항이 심한 레전드가 M35보다 휘발유를 적게 소모한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
결과적으로 이번 비교 테스트에서 인피니티 M35가 혼다 레전드보다 더욱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M35는 레전드와 비교해 잘 달릴 뿐만 아니라 실내 공간과 장비, 특히 뒷자리가 한발 앞섰다고 요약할 수 있다. 게다가 값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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