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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클래스를 두고 벤츠의 대중화를 논할 수 없다. 벤츠 방식의 영토 확장은 My-B로 끝내야 한다. 더 이상 무게를 덜어내서도 안 된다. 어차피 대중차일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특정한 집단보다 특정한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어울린다. 많이 팔려서 벤츠를 배불려주는 게 옳은지, 그보다 적게 팔리더라도 브랜드 밸류를 지켜나가는 것이 바른 일인지…, 판단은 벤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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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1세기 역사에는 크고 단단하며 넓고 우아한 차만 가득했다. 철옹성 같은 안전 노하우도 뛰어난 기술력에 넉넉한 크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벤츠가 1970년대 말 작은 차 만들기에 도전한다. 코드네임 W201. E-클래스(W123)를 바탕으로 크기를 줄인 오너 중심의 작은 세단이 목표였다.
승차감과 품질은 물론 성능까지 모든 면에서 벤츠의 자체기준을 통과해야 했다. 오너를 위한 세단인 만큼 안전성은 물론 절대적인 내구성도 갖춰야했다. 마침내 1982년, 그들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을 C-클래스의 원조 ‘벤츠 190’이 등장한다.
190은 많은 부분 벤츠가 풀지 못한 숙제를 풀었다. 1ℓ에 12km를 넘게 달리는 경제성은 물론 어떻게 하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물론 위급 E-클래스와 S-클래스에 담긴 안전 철학과 감성품질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베이비 벤츠’라는 닉네임도 이때부터 달렸다. 다기통 엔진에 익숙한 미국에서 4기통 벤츠를 살짝 비꼰 닉네임이다. 물론 나중에 고성능 190이 나오며 잠잠해졌다. 무엇보다 190은 많은 사람들이 벤츠에게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의미 있는 차다.
2세대는 1993년 선보였다. 공식적으로 C-클래스라는 이름도 처음 썼다. 코드네임 W202. 실루엣은 이전 190시리즈의 전통을 이었으나 그 시절 모든 벤츠가 그랬듯 차체를 키웠다. 갖가지 안전•편의 장비도 윗급 부럽지 않게 담았다. 그럼에도 합리적인 가격은 지켰다.
2000년 서울에서 열린 수입차모터쇼에는 3세대 C-클래스가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다. 에어로 다이내미즘이 접목된 새 모델이다. 이전의 무거운 디자인을 벗고 날렵한 실루엣을 자랑했다. 땅콩 모양의 헤드램프는 위급 E-클래스에서 영감을 얹어 왔고 뒤쪽으로 자연스레 올라가는 쐐기형 디자인은 S-클래스(W220)의 실루엣이었다.
젊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지녔음에도 편안하고 묵직한 주행감각은 전형적인 벤츠였다. 생동감 있고 스타일리시한 모습도 해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손질해, 결국 안정적인 느낌을 빚어냈다.
디자인 뿐아니라 S-클래스 못지않는 혁신들도 망라되어 있었다. 작은 차체였지만 직렬 4기통부터 V8까지 다양한 엔진도 얹었다. 400마력이 넘는 고출력까지 거뜬히 견뎌낸 섀시는 벤츠의 기술력이 응집된 덕이었다.
3세대는 첫 출시 이후 3년 만에 100만 대 판매라는 벤츠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을 달성했다. 2007년 5월 31일, 독일 진델핑엔 공장에서 마지막 모델이 생산되면서 화려한 역사의 고리를 4세대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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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는 아방가르드(Avantgarde)와 엘레강스(Elegance)로 나뉜다. 알맹이만 차별화했던 이전과 달리 이제 접근방식을 바꿔 디자인도 다르다. 옵션도 차별화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아방가르드는 진취적이고 스포티하다. 두터운 세 줄 프론트그릴에 벤츠 고유의 세꼭지별 엠블럼을 커다랗게 심었다. ‘스포츠 그릴’이다. 시선은 온통 커다란 엠블럼에만 쏠린다. 1980년대 벤츠의 고성능 로드스터 SL에 쓰이던 디자인 터치다. 자연스레 클래식 벤츠의 분위기도 가득하다.
엘레강스는 V-세이프 프론트그릴을 그대로 얹었다. 아방가르드의 커다란 엠블럼은 보닛 끝자락에 세운 월계수 문양의 후드 엠블럼으로 대신한다. 전통과 첨단의 적절한 조화가 완벽한 균형미를 뽐낸다.
아방가르드와 엘레강스 두 모델 모두 국내에는 AMG 패키지가 기본으로 달린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앞뒤 범퍼에 고성능을 상징하는 강렬한 디자인 터치를 더했고, 양옆에 두툼한 사이드 스커트도 덧댔다. 한결 세련미가 넘치고 단단한 인상을 풍긴다.
4세대는 S-클래스의 축소판이라 불리던 이전과 달리 C-클래스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찾았다. 벤츠 분위기가 강하게 풍기되 다른 모델과 구별되는 독특함으로 색깔을 지켜낸 것이다.
두 가지 그레이드에 라인업은 모두 네 가지다. 엘레강스에 C 200 K와 디젤엔진을 얹은 220 CDI가 있고, 윗급 아방가르드에는 옵션을 더 채운 C 200 K와 C 230을 준비했다. 로드 테스트에는 C 220 CDI 엘레강스를 불러 세웠다. 국내 C-클래스, 아니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 가운데 처음 더해진 디젤인 만큼 의미가 깊을 것이다.
엘레강스가 기본인 CDI는 평범한 V-세이프 그릴이 심심할 수 있지만 볼수록 C-클래스 본연의 디자인을 느낄 수 있다. 아방가르드에선 온통 세꼭지별 엠블럼만 보였다. 그만큼 새 모델의 프론트 뷰는 많이 우람하다. 미등을 헤드램프 위쪽에 날렵한 모양새로 얹은 것은 표정을 살려주는 좋은 방법이다. 램프 사이즈를 키우고 펜더 역시 빵빵하게 부풀려 존재감을 키운 것도 잘한 일이다. 다분히 공격적이고 남성적인 겉모습이 오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앞쪽에 너무 많은 감성을 불어넣어서였을까. 오히려 차분한 트렁크 라인과 테일 램프가 심심하다. 자칫 앞뒤 밸런스가 어긋나 보일 수도 있겠다. 라인의 균형미는 도드라지되 앞쪽에 너무 많은 볼거리를 채워놓은 탓이다.
벤츠는 새로운 컴팩트 세단을 디자인하면서 여러 규제치를 만족해야 했다. 보행자와 충돌 때 상해 정도를 줄이기 위해 보닛을 위로 끌어 올렸다. 차 크기에 비해 오버 사이즈인 사이드 미러 역시 새 안전규정에 따른 것이다.
3세대보다 조금씩 늘어난 실내공간은 머리를 쥐어짠 흔적이 역력하다. 다양한 장비를 채우면서도 공간도 넓혔다. 실제 크기보다 눈에 들어오는 개방감이 크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좌우 대칭형 구조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는 갖가지 첨단을 심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센터페시아 위쪽에 다기능 디스플레이도 얹었다.
아방가르드에는 한글 내비게이션과 DVD 플레이어 등 다양한 옵션이 많다고 했다. 모니터도 스르륵 올라온다고 했다. 엘레강스를 시승하면서 아방가르드가 부러웠던 유일한 순간이다. 엘레강스는 커버 안쪽에 가로형의 작은 모니터만 얹었을 뿐이다. 분명 그 안에 심어 넣은 옵션도 줄였다. 모니터의 갖가지 기능은 시프트레버 뒤쪽 컨트롤 다이얼로 조절한다. 감각은 BMW의 뭉툭함보다 정교하고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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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렬 4기통 2.2ℓ CDI는 위급 E-클래스에 얹었을 때도 좋았다. 최고출력은 170마력(3천800rpm)이었지만 부족함도 없었다. 디젤의 특성대로 순간토크가 휘발유 4천cc에 버금가는 40.8kg•m다.
제원표는 시속 100km 가속을 8.4초에 끝내고 최고속도는 시속 227km를 찍는다고 했다. 본지 계측테스트에선 시속 100km를 평균 9.8초에 끊었다. 시승 때 확인한 최고속도는 시속 220km. 그러나 이 모든 게 무색할 만큼 체감성능은 수치를 크게 앞선다.
체감성능보다 계측기록이 뒤쳐진 건 분통터지는 가속페달 탓이다. 출발과 동시에 가속페달을 깊게 찔러도 아무런 반응 없이 약 1초간 패닉상태에 들어간다. 본격적인 반응은 그 뒤에 쏟아져 나온다. 급가속 때 가속페달을 순간적으로 밟으면 드로틀 보디 안쪽은 진공상태로 변한다. 흡기를 빨아들이지 못하는 셈이다. 무조건 짓밟는다고 차가 빨리 나가는 게 아니다. 부드럽게 그러나 빠르고 거세게 밟는 게 방법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몇 번을 반복했으나 초기 출발 때 타임로스는 어쩔 수 없는 핸디캡이다. 시속 45km와 73km에서 두 차례 울컥거리는 변속도 100km 가속기록에 걸림돌이었다.
가속페달의 답력도 가볍다. 스티어링 휠 역시 3세대에 비교하면 솜털 같다. 가벼운 스티어링 휠은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 적당히 묵직하게 반응하던 이전과 가장 큰 차이다. 팽팽한 활시위를 당기듯 복원력이 크고 직진성이 강했던 이전과 사뭇 다르다. 한결 부드러운 감각에서 이 시대 새로운 벤츠를 느낀다.
이외에도 많은 부분 3세대 C-클래스의 묵직함 대신 아랫급 My B의 가벼운 필링이 묻어난다. 좋다거나 나쁘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한결 가벼워진 모든 건 21세기 벤츠의 색깔로 봐야한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다. 감쇄력과 움직임은 이전과 다를 게 없으나 첨단장비가 더해졌다. 주행상황에 따라 서스펜션과 쇼크 업소버의 댐핑 압력을 최적의 상태로 변환하는 어질리티 컨트롤(AGILITY CONTROL)이 더해졌다. 좌우 롤링이 생기면 스스로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조절하고 감쇄력을 단단하게 바꿔 자세를 세운다. 이렇게 되면 핸들링도 민감해진다. 분에 넘치는 장비는 벤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감쇄력을 바꾸는 타임은 상황에 따라 3~5초가 걸린다. 버튼하나로 서스펜션의 노멀과 스포츠 모드를 바꾸는 차는 많다. 다만 이를 차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만큼 가치 있는 장비다.
엔진이 정작 큰 힘을 뿜어내는 시기는 2천800rpm부터다. 제원상 최대토크는 2천rpm에서 시작하지만 실주행 때는 3천rpm 바로 직전에 들어서야 제 성능을 낸다. 엔진이 지닌 순간토크를 제대로 뽑아 쓰고 부지런히 5단 AT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고작 3천~4천500rpm 사이다. 그만큼 5단 AT 가운데 각각의 기어비를 충실하게 써먹는다.
5단 기어는 비율이 촘촘해 변속이 바쁘고 회전수도 쉽게 치고 올라간다. 가속이나 감속형 기어가 아닌 전 영역에 고르게 퍼져있는 특성도 지녔다. 킥다운하면 시속 45km에서 2단, 70km에 이르러 3단에 올라선다. 최종감속기어를 높여 각 기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이론상으로 가속이 불리하지만 엄청난 저속토크로 차를 밀어붙인다. 같은 엔진을 얹은 E 220 CDI는 킥다운이 점잖았으나 그보다 가벼운 C-클래스는 반응이 빠르고 경쾌하다. 반면 벤츠다운 움직임은 E-클래스가 더 크다.
D레인지에서 시프트 레버를 좌우 어디든 밀면 수동 모드로 바뀐다. 레버 이동거리가 짧아 민첩한 동작도 모두 받아준다. 뻑뻑한 레버는 스포츠 성이 가득하다. 다만 디젤 엔진의 특성상 수동 모드로 바꿨을 때 활용할 수 있는 회전영역이 좁아 재미를 기대하기 어렵다.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웬만해 과격한 시프트다운을 잘 받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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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I는 얌전하게 몰수가 없다. 코너와 코너를 연속해서 휘감아보면 어질리티 컨트롤의 반응이 스티어링 휠을 타고 어깨뼈까지 짜릿하게 다가온다. 서스펜션의 잠겨 들어가는 모션이 한결 무거워진다. 동시에 타이어 사이드 월을 타고 올라오는 핸들링 감각도 민감해진다.
점잖은 겉모습이지만 때때로 스포티하게, 때로는 과격한 몸동작도 연출할 수 있다. 브레이크는 금방이라도 땅을 집어삼킬 듯 확실하게 반응한다. 다만 노즈 다운이 상당히 심한 편이다. ABS는 민감하게 그리고 정확하고 과격하게 반응한다. 간혹 급제동 때 뒤쪽이 흔들리는 현상도 일어난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이 차분하고 단순하지만 정작 차는 폭발적으로 반응할 때가 많다. 때로는 무섭게 내달리는 양면성도 보인다. 우아한 모습의 컴팩트 세단은 일단 달리기를 시작하면 또 다른 속내를 드러내는 셈이다.
C-클래스에 몸을 얹고 있는 동안 머릿속을 잔뜩 채운 건 이전 3세대 C-클래스의 감각이다. 새 모델은 많은 부분 벤츠의 울타리를 벗어난 필링이 많다. 사람에 따라 이전 모델을 더 좋아하는 이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덮어두고 이상하다고 논할게 아니다. 이미 My-B로 새로운 벤츠의 아이덴티티를 경험했던 터라 낯선 감각은 한결 덜하다.
벤츠에게 컴팩트 세단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자칫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성능과 뛰어난 안전성은 물론 누구나 쉽게 넘볼 수 없는 브랜드 밸류까지 벤츠 기준에 모자람도 없어야 했다. 때문에 C-클래스는 각 시대별로 그 시대 컴팩트 세단이 갖출 수 있는 모든 신기술을 망라해왔다. 4반세기를 이어왔지만 C-클래스가 여전히 존재의 당위성을 지닌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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