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트랙테스트를 위해 서울에서 강원도 태백레이싱파크로 가는 길은 정작 트랙 주행 못지않게 험난하다. 내비게이션상, 총 거리는 270km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3/4은 고속도로 주행, 나머지 1/4은 꼬불꼬불 정신없는 와인딩 도로가 이어진다. 특히 강원도 영월군에서 태백시까지 이어지는 해발 약 500m 높이의 31번 국도는 180° 유턴에 가까운 헤어핀 길, 아래가 보이지 않는 코너 그리고 시속 100km를 가뿐히 넘길 수 있는 긴 직선로가 어울려 있다.
| |
|
|
이곳을 파사트 TFSI는 무거운 시승장비와 이틀 치 분량의 짐 그리고 어른 3명을 편하게 태우고 가뿐하게 주파했다. 200마력 터보 엔진이 운전자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쭉쭉 밀어줬고 탄탄한 서스펜션과 그립 좋은 17인치 타이어가 구불거리는 코너를 민첩하고 안정된 주행을 도왔다. 태백으로 가는 내내 운전이 지루할 틈 없었고 다음날 달릴 서킷주행을 기대하며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태백레이싱파크에 도착, 서킷 주행을 위해 트랙으로 들어가는 검정 파사트의 모습은 마치 부인과 아이와 함께 산책 나왔다가 정장 넥타이만 푸른 채 젊은이들과 농구 게임을 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외모는 아이를 둔 한 가정의 아빠 모습이지만 몸 안에는 여전히 젊은이들 못지않은 운동 실력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실내에 올라타면서 가장 먼저 온몸으로 느끼는 것은 허리를 꼿꼿이 받쳐주는 가죽 버킷다. 이전 파사트 TDI 스포츠에서 사용하던 스포츠 시트를 2008년형 파사트 TFSI에도 가져왔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까지 3명의 시트 포지션을 기억하는 메모리 기능도 제공한다. 운전에 집중하도록 적당한 높이로 올라온 대시보드와 넓게 기울어진 윈드실은 개방감이 좋다. 하지만 대시보드를 가르는 진한 호두나무 우드 트립과 센터페시아를 덮는 알루미늄 커버는 클래식 가구와 스테인리스 전자제품의 조화처럼 스포츠 세단에서는 그리 썩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라이터만한 네모난 리모컨 키는 어디 가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자랑할 만하다. 내리고 탈 때 어디다 놓았나 찾아야 하는 스마트키-스타트버튼 보다는 대시보드에 그대로 꽂아 시동을 켜고 내릴 때 확실하게 빼서 가지고 내리는 파사트의 키가 본래의 역할에 더 어울린다. 엄지로 꾹 눌러 시동을 걸면 일반 휘발유 엔진보다 큰 직분사 특유의 사운드가 울려 퍼진다. 다소 조용한 차에 익숙하다면 조금 불만이 될 수 있는 사항.
왼쪽 대시보드의 ‘P’ 파킹 브레이크 스위치를 누르면 “지잉~”거리며 출발 준비가 되었다는 기계음이 차체 밑에서 들려온다. ABS와 ESP와 연동된 브레이크와 전자식으로 통제되는 파킹 브레이크 덕분에 기어를 D에다 놓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정차할 수 있는 ‘오토홀드’ 기능을 선보였다. 서행하다 브레이크를 밟고, 정지하고 다시 출발할 때의 연결동작패턴도 울컥거림 없이 자연스럽다.
따로 유리창에 선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빛을 차단하는 뒷 유리창 블라인드는 버튼으로 작동하고 양쪽 뒷 유리는 수동으로 작동한다. 뒷자리 공간은 어른 3명이 충분히 탈 수 있지만 조금 타이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조건 넓게만 만든 국산 중형차보다 공간 활용을 못했다기보다 옆과 위아래로 보디 강성을 확보하고 동승자 보호를 위해 두껍고 짱짱하게 감쌌다는 느낌이다.
파사트 TFSI의 하이라이트는 직렬 4기통 2.0ℓ터보 엔진이다. 단단하고 강력한 엔진으로 골프 GTI 심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현재 폭스바겐, 아우디, 세아트등 다른 차종에서 두루 사용 중이다. 국내에서는 아우디 TT, 아우디 A4를 비롯해 폭스바겐의 GTI, 제타, 이오스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엔진이다. 이쯤 되면 폭스바겐 아우디 그룹안에서 TFSI 엔진이 내구성과 성능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 물건(?)인가 알 수 있다.
| |
|
|
|
|
4.77m 길이의 4도어 세단에 TFSI 터보 엔진 파워는 엔진룸 틈 사이로 넘칠 정도로 충분하다. TFSI 엔진의 토크 곡선을 보면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1천800rpm에서 올라가서 시작되어 고rpm까지 쭉 이어진다. 이 때문에 같은 200마력의 자연흡기 엔진이라도 체감상(실제로도) 느끼는 가속력 차이는 확실히 다르다. 마치 자연흡기 엔진이 서론부터 이야기가 서서히 시작하여 전개, 그리고 절정에서 치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액션 영화라면 터보 TFSI는 시작되면서 절정에 달한 스토리가 끝까지 쭉 이어지는 액션 영화 같다.
| |
|
|
이미 DSG의 빠른 변속 타이밍, 기계적인 작동감을 맛 본 터라 자동 6단 변속기는 파사트를 스포츠 세단 관점에서 바라볼 때 아쉬운 부분이다. S모드에서도 DSG 같은 적극적인 엔진 브레이크와 높은 rpm에서의 변속타이밍이 조금은 수그러진 느낌이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 뒤에 일심동체로 마련된 패들시프트 덕에 방향을 바꾸는 코너에서도 언제나 쉽게 변속할 수 있다. 다만 1초정도 확실하게 ‘꾸욱’ 눌러야 원하는 변속이 가능하다.
4도어 세단의 태생과 높은 차고가 코너에서 차체를 좌우로 기우는 롤링을 어느 정도 허락한다. 프론트 엔진에 앞바퀴를 굴리는 FF의 유전적 한계인 언더스티어를 극복하며 달리는 것이 포인트. 다만 스포츠 세단으로 탄탄하게 세팅된 서스펜션과 단단하게 설계된 차체가 받쳐주기 때문에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 단지 롤링을 최소화하며 애초에 언더스티어를 피해가는 주행이 필요하다.
| |
|
|
변속기가 자체적으로 킥다운이 되어 가속 타이밍을 잃지 않게 패들시프트로 rpm을 높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순간 가속이 빠른 터보 TFSI 엔진 특성을 살려 충분한 감속과 함께 초반 코너 진입 라인을 크게 잡아 돌면서 코너 CP를 앞당겨 설정하면 빨리 액셀 페달을 밟고 재가속할 수 있어 유리하다.
던롭 SP 스포츠 17인치 타이어는 200마력의 성능을 받쳐주며 서킷에서 무리 없이 마음껏 달릴 수 있다. 물론 일반 세단으로써 편안한 승차감과 주행감각도 잃지 않았다. 파사트 TFSI는 코너를 탈출하며 재가속이 빨라 함께 달렸던 동급의 200마력 내외 차들을 따라 잡을 수 있었고 300마력 내외의 윗급차들과는 결코 뒤지지 않는 주행실력을 보였다.
조수석 뒷유리에 붙어 있는 스티커에는 공인연비 10.2km/ℓ로 나와 있는데 여러 가지 조건에서 달려보면서 계기판과 몸으로 느낀 연비는 다음과 같다. 고속도로 규정 속도에 맞춰 정속주행에서 할 때는 14~16km/ℓ, 시내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는 시속 9~11km, 와인딩 도로를 빠르게 달릴 때는 7~9km/ℓ, 그리고 고rpm을 쓰며 달린 서킷에서는 5~7km/ℓ나오기도 했다.
| |
|
|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깜깜하고 꼬불꼬불한 국도를 달리고 도중, 동승하고 있던 사진 기자가 소리쳤다. “저기 앞쪽이, 움직이는 거 같아요!”, “뭐가요?” 폭스바겐 파사트의 제논 헤드라이트가 스티어링 휠을 꺾는 방향에 따라 살짝 살짝 돌아가면서 가고 있는 방향으로 비추고 있었다. 파사트 헤드라이트의 코너링 기능은 앞바퀴 방향에 따라 최대 15°까지 좌우로 움직인다.
또한 라이트 안쪽에 또 하나의 작은 전구가 정면에서 45° 방향으로 틀어져 고정되어 있는데 저속에서 핸들을 많이 틀고 있는 동안에 켜진다. 특히 밤에 골목길을 주행하거나 주차할 때 요긴하게 쓰이는 파사트의 아이디어 옵션이다.
그 동안 앞바퀴의 움직임에 따라 함께 방향을 바꾸어 비추는 헤드라이트는 국내 자동차 법규에 묶여 허가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건설교통부가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하면서 드디어 2008년형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났다.
| |
|
|
|
|
파사트 TFSI와 비슷한 4천만 원 중반 값에 어른 4명이 충분히 탈만한 크기, 그리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스포츠 세단은 파사트를 빼고 찾기 힘들다. 4천650만 원의 렉서스 IS250은 실내가 좁고 스포티한 맛이 적다. 아우디 A4 2.0 TFSI는 콰트로에 같은 엔진을 쓰지만 값이 5천만 원대로 올라가고 곧 풀모델 체인지 될 예정이다. 사브나 볼보의 터보 세단들은 출력에서 뒤진다. 인피니티 G35 세단은 값도 높고 배기량이 커서 세금과 연비에 불리하다. 이것저것 후보들을 잘라 내다보면 파사트 TFSI가 스포츠 세단으로 그만일 것이다.
단지 체급과 배기량만 키워 자동차 세금과 연비만 높이는 다른 메이커의 중대형 세단과는 달리 폭스바겐 파사트는 3가지 종류의 2.0ℓ엔진을 준비하여 그 종류에 따라 성격이 명확하게 구분한다. 여성이나 일반오너들이 일상생활에서 타기 좋은 FSI, 레저와 실용성을 바탕으로 힘과 연비가 좋은 디젤 엔진 TDI, 그리고 세단의 실용성에 강력한 파워까지 갖춘 TFSI가 포진되어 있다.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파사트 TFSI는 2.0ℓ 배기량으로 자동차 세금도 부담 없고 연비도 좋은 편이다. 여기에 파워풀한 성능까지 받쳐주며 한국형 스포츠 세단이 지향해야 하는 바를 독일 메이커 폭스바겐이 제시하고 있다.
| |
|
|
|
|
|
|
폭스바겐 파사트 2.0 TFSI의 베스트 랩타임은 1분 15초 2. 시속 160km로 스타트 라인을 통과해서 1번 코너 진입을 위해 브레이킹이 들어가기 전에 속도가 시속 181.5km였다. 곧바로 0.87G의 브레이킹 가속도를 받으며 속도를 줄여 태백레이싱파크에서 가장 낮은 속도를 기록하는 1번 코너 CP를 시속 48.7km로 통과하고 재 가속하기 시작했다. 가속력 좋은 2.0 TFSI 터보 엔진 덕분에 살짝 우측으로 꺾이는 2번 코너를 시속 138.1km로 지났고 테크니컬 코스의 시작인 3번을 시속 143.3km에 도달하면서 속도를 줄여 코너를 돌아나갔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측면 가속도 0.94를 받았고 타이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며 비명을 질러댔다. 4번 코너 CP에서는 시속 61.1km까지 떨어졌다가 탈출하면서 자이언트 코너를 들어가기 위한 라인을 잡았다. 5번 코너를 시속 97.6km로 진입하면서 6번 자이언트 코너에 들어갔고 휘여 들어가기 시작하는 코너에서 시속 119.6km까지 올라갔다가 속도가 약간 줄어들면서 중반부에 진입했고 이후 직선로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서서히 가속하면서 돌아나간다.
이때 타이어 그립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평균 0.80g정도의 측면가속도를 받고 있었다. 더 속도를 높이려 하면 앞바퀴가 밀리면서 라인이 커지는 언더스티어가 빠른 주행을 방해했다. 자이언트 코너 후반부에서 직선로 시작 부분이 보이기 시작할 때 최대한 직선 탈출 라인을 잡아 가속하기 시작했고 직선로에 들어서면서 시속 116.6km에 도달했다. 이후 158.3km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