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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xury Performance '캐딜락 S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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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8/01/21 00:51 | 조회 : 1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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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아트 앤 사이언스’(Art & Science)를 표방한 CTS를 내놓은 이후 나날이 변화의 폭과 수위를 높여가는 캐딜락. 이번엔 데뷔 네 돌 만에 안팎을 크게 손질한 STS로 라이벌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1976년 데뷔한 스빌(Sevile)의 바통을 넘겨받아 2004년 선보인 STS가 내건 기치는 ‘럭셔리 퍼포먼스’(Luxury Performance).
2세대 모델 이후 25년 만에 FR로 돌아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단순히 굴림방식의 변화만은 아니었다. 까다로운 유럽 소비자까지 사로잡겠다는 심산으로 감성품질을 훌쩍 높였고, 서스펜션을 한결 단단히 굳혔다. 수치보다 길어 보이는 차체, 눈요깃거리로도 손색없는 안팎 장식 등 과시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통적인 양념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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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STS는 첫 인상부터 이전과 사뭇 다르다. 먼저 판매에 들어간 신형 CTS(국내에선 데뷔 순서가 바뀌었다)와 사뭇 비슷해졌다. 더 정확히 짚자면, 밥 러츠가 양산의 의지를 불살랐던 캐딜락 식스틴 그릴의 이미지가 스며들었다. 칸칸이 나뉜 그릴 안의 미니 그릴들이 어른 주먹보다 훨씬 큰 캐딜락 엠블럼을 향해 조금씩 방향을 틀어 입체감이 넘친다.
양쪽 앞 펜더의 에어 덕트 역시 식스틴과 판박이. 언뜻 엔진 열을 식히기 위한 아이디어 같지만, 실제로는 막혀 있는 장식일 뿐이다. 그러나 널찍한 펜더가 풍기는 밋밋함을 덜어줄 근사한 포인트인 건 분명하다. 메이커별 평균 연비 제한의 부담에 못 이겨 16기통 엔진의 식스틴은 양산이 취소됐지만, 이렇듯 캐딜락 STS의 요소요소에 짙은 여운으로 남았다.
아울러 캐딜락은 이제 크롬 장식의 양이 고급스러움의 척도는 아니라는 진리를 깨우친 듯하다. 그릴과 벤트 등 최소한의 부분에만 크롬 라인을 두르면서, STS는 한결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졌다. 위아래로 두 개씩 박힌 프로젝터 타입 제논 헤드램프는 은근히 위압적인 분위기다. 진행차를 앞서 몰던 기자는 “대형 트랙터가 뒤쫓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각 패널 간의 단차는 함께 시승을 진행했던 메르데세스-벤츠 C-클래스보다 낫다. 품질 높이기 위해 이를 악 문 캐딜락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수직으로 곧추선, 얄따란 LED 테일 램프는 변함없다. 섬뜩하리만치 절도 있게 불을 깜박이는데, 카리스마가 압권이다. 크롬 도금 휠은 다분히 미국적이다. 지극히 캐딜락다운 모습이기도 하고.
과감하되 절제된 에지로 다듬은 겉모습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인테리어로 스며들었다. 촘촘하게 너울진 나뭇결무늬를 고스란히 드러낸 샤펠리 원목은 고급 가구를 보는 듯하다. 알루미늄 패널도 인위적으로 광을 내거나 스크래치를 긁어놓지 않아 자연스럽고 담백하다. 스위치 표면의 질감이나 작동감각 또한 근사해서 고급차를 타고 있다는 자부심을 일깨운다.
센터페시아엔 두 개의 슬롯이 자리한다. 위쪽은 내비게이션용 DVD, 아래쪽은 6매 CD 체인저를 위한 구멍이다. 국내에서 한글 내비게이션을 따로 인스톨해 위쪽의 DVD 슬롯을 쓸 필요는 없다. 내비게이션은 모니터의 터치스크린 기능으로 조작할 수 있다. 리모컨은 위성 DMB를 볼 때만 쓰면 된다. 보스 스피커를 곁들인 오디오의 음질도 흠잡을 데 없다.
계기판은 비교적 평범한 편. 레드존은 6천750~8천rpm, 속도계는 시속 260km까지 그려 넣었다. 다른 캐딜락이 그렇듯 스위치 하나만으로 단위를 미국식(마일, 화씨)으로 바꿀 수 있다. 변속기는 게이트 방식은 아니지만, N~D와 달리 P~R을 뻑뻑하게 해 놓아 한번쯤 쉬어가게 만들었다. 안전을 위한 아이디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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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 등받이 가운데 부분이 재봉선 때문에 살짝 불거졌는데, 운전시간이 길어질 땐 적잖이 의식하게 된다. 앞좌석은 통풍+열선, 뒷좌석은 열선을 깔았다. 전용 온도조절 장치도 마련했다. 정작 온도가 표시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반가운 장비가 아닐 수 없다. 앞좌석보다 훨씬 푹신푹신한 뒷좌석 쿠션은 좋은데, 옆, 뒤 유리에 햇빛가리개가 없는 건 아쉽다.
스티어링 휠의 림은 적당히 두툼하기도 하거니와, 검지와 중지를 거머쥐는 부위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쥐는 맛이 뛰어나다. 가죽의 질감도 적당히 까칠하고 열선까지 깔았다. 그러나 스티어링이 무거워 한 손 주차는 무리다. 물론 고속에선 적당하다. 스티어링의 반응은 부풀림 없이 정직하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이 큼지막한 데다 록투록이 3회전에 달해 예상보다 조금 더 꺾어야 원하는 만큼 앞머리가 움직인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실내 공간은 차체 크기와 비례해 수긍할 만하다. 단, 앞좌석이 도어 쪽으로 바짝 붙어 시트를 조절하려면 도어와의 틈새를 힘겹게 파고들어야 한다. 뒷좌석은 무릎 공간도 넉넉하고, 앞좌석 밑에 발 뻗을 공간도 마련해 만족스럽다. 트렁크는 시원시원 넓다. 스키 스루 기능도 넣었다. 그러나 트렁크 뚜껑이 가벼워 여닫을 때의 소리가 다소 경박스럽다.
이번 STS의 V6 3.6ℓ 엔진엔 미국차 메이커 가운데 최초로 직분사(DI, direct injection) 기술을 녹여 넣었다. 연료를 35~120바의 압력으로 뿜는다. 그 결과 출력은 42마력, 토크는 2.77kg·m 치솟았다. BMW의 신형 직렬 6기통 3.0ℓ 트윈터보 엔진보다 강력한 셈이다. 여기에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를 더했다. 변속기는 자동 5단에서 6단(6L50)으로 진화했다.
고급차답게 직분사 엔진의 핸디캡인 소음과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다. 페달을 밟는 깊이에 따라 가속의 수위는 에누리 없이 변한다. 액셀을 바닥까지 밟으면 볼륨은 작되 우렁찬 엔진음이 스며들면서 무섭게 뛰쳐나간다. 0→시속 96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6.5초. 이전의 STS V6 3.6(225마력)보다 0.6초 단축한 셈이다. 성능이 만만치 않다 보니 코너링 때 가속 페달을 무심코 펌프질하면 순간이나마 꽁무니를 살짝 흘리기도 한다.
아이들링 때의 정숙성은 달릴 때도 유지된다. 엔진회전수는 6단 시속 100km에서 1천900rpm, 5단으로 내리면 2천100rpm으로 살짝 올라선다. 가속 때 시프트업은 매끄러운데, 변속 시점에 트로트 가수의 기교처럼 엔진음이 살짝 꺾여 흥미롭다. 직분사 엔진이라 그런지, 가속 때 노킹이 제법 있는 편이다. 고급 휘발유를 넣으면 사라질 문제긴 하다.
승차감은 매끈하다. 속도방지턱 한 번만 넘어도 엉덩이가 먼저 느낀다. 하지만 속도를 높이면 롤링과 피칭의 폭이 점점 커지 시작한다. 서킷이나 아우토반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STS는 ‘Seville Touring Sedan’의 약자. 태생적 배경이 장거리 여행을 위한 세단이니 당연한 세팅이다. 시승하는 동안 실측 연비는 5.8~6.1km/ℓ를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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