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 철사로 촘촘하게 딴 매시그릴과 25개 빗살로 이루어진 18인치 휠이 클래식과 고성능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특히 앞 펜더부터 도어 손잡이를 거쳐 테일 램프까지 조각칼로 파놓은 라인은 옆모습의 포인트. 뒷모습은 앞모습에 비해 다소 밋밋하지만 양쪽 밑으로 튀어나온 머플러가 평범함을 거부한다. 길게 쭉 뻗은 보디라인은 뒤로 갈수록 슬림해지는 XJ의 라인과 A필러부터 C필러로 활처럼 휘여 내려가는 X 타입의 모던 라인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두툼한 잭 나이프식 리모컨 키는 트렁크도 열리며 작동이 빠르지만 얇은 쇠꼬챙이 같은 열쇠부분을 꽂을 걸때는 드라이버를 집어넣어 시동을 거는 느낌이다. 근 10년간 유지한 S타입 인테리어는 사실 클래식하기보다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가죽을 덮고 여기저리 스티치 바느질로 마무리했지만 알록달록하고 밝은 우드트림은 조금 촌스럽다. 도어 손잡이, 기어 레버, 주차 브레이크 레버의 크롬 장식은 럭셔리하게 번쩍거린다. 손을 대면 지문이 쉽게 묻어 다시 만지기가 미안할 정도다. 늘씬하게 뻗은 차체에 비해 뒷자리는 조금 좁은 편이다.
앞 유리 전체에 얇게 들어간 열선은 겨울에 상당히 유용한데 한번 눈에 보이고 나면 운전 내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아 신경이 쓰인다. 제법 버킷 형상을 하고 있는 가죽 메모리 시트는 편안하고 홀딩감도 좋다. 여기에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뒤로 물러나 내리기 쉽고 시동을 켜면 마지막 탔던 시트포지션으로 돌아오는 친절한 기능이 운전자를 배려한다. 암레스트 아래 보관함에는 UBS, 아이팟, 비디오 단자가 S 타입 실내를 한 5년 젊게 만든다.
뱅크 각 60°로 딱 벌어진 V6 3.0ℓ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에 최대토크는 30.6kg·m으로 무난한 수준. 여기에 재규어만의 J-게이트식 ZF 6단 자동 트랜스미션을 통해 동력을 전달한다. 자세 제어 장치(DSC)를 끄면 뒷바퀴를 쉽게 휠 스핀 시킬 만큼 낮은 rpm에서 충분한 토크가 나오기 시작하고 제원상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7.9초 만에 도달한다. 최고시속은 233km, 묵직하게 가속되면서 시속 180km까지는 스트레스 없이 뻗어나가지만 이후부터 더디게 올라간다.
기어레버를 위로 밀었다 아래로 당겼다 하는 J-게이트 기어는 D 모드에서 우아한 운전을 제공하고 매뉴얼 모드에서 스포티하게 운전하는 재미를 준다. 기어레버를 D에서 운전자 쪽으로 당기면 5단이 들어가면서 매뉴얼 모드가 시작된다. 앞으로 밀면서 2단까지 엔진브레이크를 걸 수 있고 기어 레버를 당기며 가속도 할 수 있다. 사실 D 모드에서 조금이라도 오른발에 힘을 주면 바로 킥 다운되면서 가속은 한 박자 늦은 감이 있다.
요철이나 굴곡이 있는 도로에서 출렁이지 않고 스포츠카처럼 딱딱하지도 않는 하체는 미국 포드가 아닌 영국 태생답게 철저히 유럽풍 스포츠 세단을 지향한다. 서스펜션과 바퀴를 위아래에서 꽉 쥐고 있는 알루미늄 더블 위시본을 앞뒤 모두에 사용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늦은 밤, 정장에 넥타이만 풀고 혼자 농구 코트를 누비듯 통행량이 없는 중저속 와인딩 도로를 S 타입으로 rpm을 높여 달린다. 점잖은 4.9m의 긴 세단을 너무 얕보았는지 코너 한계 속도를 낮게 잡아 돌아가는데 제법 여유가 느껴진다. ‘어라? 이것 봐라!’ 계속 좌우로 나립ご?코너에서 조금씩 한계를 높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