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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8/01/21 01:09 | 조회 : 1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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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새 어코드를 만나러 가는 길은 여러 가지를 버려야했다. 새 차를 속속들이 파헤쳐 보리라는 욕심을 먼저 버렸다. 시승은 연구소 주행시험장을 몇 바퀴 도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운이 좋으면 몇 번의 기회를 더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행시험장 프루빙 그라운드(Proving Ground)에선 고속안정성, 직진성, 엔진 회전저항 등 다양한 면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모든 테스트가 극단적인 고속주행 상태에서만 이뤄진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차에 대한 가슴 설레는 기대도 절반쯤 버렸다. 이전 모델이 워낙에 걸출했던 탓이다. 자칫 감흥이 적을지 모른다. 혼다는 스스로 쌓아올린 7세대 어코드를 뛰어넘는, 놀라우리만큼 새로운 8세대를 만들었어야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카메라도 버려야했다. 혼다 연구개발의 심장부인 토치기 R&D 센터에 들어가는 길이다. 비밀리에 연구개발 중인 포스트 프로젝트 카가 행여 눈치 빠른 자동차 기자들에게 잡힐까 개별적인 촬영은 금지되었다. 사진은 “챙겨드릴 테니 걱정 마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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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은 도쿄 모터쇼 이튿날, 혼다 토치기 R&D 센터에서 치러졌다. 대상은 모터쇼를 위해 날아온 아시아 지역 기자단 100여 명이었다.
1976년 등장한 혼다 어코드가 마침내 8세대로 진화했다. 올해 초, 최대 시장인 미국과 캐나다를 겨냥해 북미 오토쇼에 쿠페 컨셉트를 선보였고 양산형도 그 실루엣 그대로 등장했다.
6세대를 시작으로 어코드는 두 가지 버전이 나온다. 하나는 옵션을 넉넉히 담고 차체를 키운 북미 버전, 다른 하나는 차체를 줄이고 보디를 스포티하게 다듬어낸 유럽형이다. 일본에서 북미형은 인스파이어(Inspire)로, 유럽형은 어코드로 팔린다. 국내에 들어오는 어코드가 윗급 인스파이어다.
인스파이어는 이미 도쿄 모터쇼 혼다 부스에서 속속들이 살폈다. 그러나 그 모양 그대로 국내에 선보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부담스러운 크롬장식 등을 줄일지 모른다. 옵션은 달라지지 않을까. 8세대 어코드에 관한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울 즈음, 기자단을 태운 버스가 철옹성같이 겹겹 보안으로 막혀있는 토치기 R&D 센터를 뚫고 들어간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새 모델의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했다. 8세대 어코드는 이전의 특성을 지켜는 동시에 경쟁력을 더 높였다. 7세대는 뛰어난 품질과 성능이 장점이었다. 그러나 개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마침내 혼다는 과감한 터치를 더해 새로운 디자인에 도전했다.
라인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직렬 4기통 2.4ℓi-VTEC 엔진을 기본으로 새 V6 모델을 마련했다. 배기량을 500cc 늘린 V6 3.5ℓ엔진은 최고출력 260마력을 낸다. 어코드 역사상 가장 고성능 모델이다.
혼다가 자랑하는 가변 실린더 제어시스템도 더했다. 이전 엔진은 6개의 실린더로 달리다 힘이 남거나 순항상태에 이르면 3기통만 작동했다.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다. 8세대는 이 시스템을 더욱 진화시켰다. 중간 단계인 4기통 작동 포인트를 추가한 것. 운전석에선 느낄 수 없으나 엔진 안에선 바쁘게 3기통과 4기통, 6기통 작동이 번갈아가며 이뤄질 것이다.
3기통으로 달릴 땐 앞쪽 3개의 실린더만 작동한다. 4기통일 때는 앞쪽 두 개(왼편), 뒤쪽 두 개(오른편) 실린더만 터진다. 6기통일 때는 V6 모든 실린더가 강력한 힘을 내뿜는다. 이 모든 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다. 급가속 때 6기통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하고, 순항 상태에 접어들수록 점차 4기통, 3기통으로 변환된다.
구조적으로 실린더를 멈추거나 터트릴 때 진동이 생긴다. 물론 혼다의 기술이 이를 그냥 놔둘 리 없다. 효율적인 시스템 변환으로 운전석 또는 승객석에서 엔진의 실린더 가변진동을 느끼기 어렵다. 혼다가 자랑하는 가변 실린더 제어 시스템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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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프루빙 그라운드까지 버스로 이동한다. 토치기 R&D센터는 혼다 기술의 핵심이자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곳이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저공해차, 첨단 엔진 등이 모두 이곳 작품이다. 연구소에는 프루빙 그라운드와 충돌시험장, 험로, 범용시험장, 간이 트랙 등 다양한 테스트 조건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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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빗줄기를 뚫고 프루빙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혼다의 여러 모델이 달릴 채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다. 미니밴 엘리시온과 뉴 스트림, SUV 크로스로드, 경차 제스트까지 다양하다. 모두가 금쪽같은 혼다의 자랑거리다.
시승할 차를 정하고 주최 측에 등록을 마친 다음 순서에 따라 PG에 진입한다. 모두들 혼다의 다양한 라인업을 경험하기 위해 줄을 섰으나 기자는 어코드만 등록을 마쳤다. 그렇지 않아도 시승 시간과 기회가 부족한 마당에 이런저런 혼다차를 바꿔 탄다는 건 만용이다. 혼다 연구원들이 수년 동안 밤잠을 줄여가며 개발한 8세대 어코드를 향한 판단이 자칫 흐려질지 몰라서다. “자동차 전문기자가 그 정도 가지고…”라며 흉봐도 어쩔 수 없다. 자장면과 칼국수, 스파게티와 쫄면을 번갈아가며 먹은 다음 “맛이 어때?”라고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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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TEC 특성 지닌 V6 3.5ℓ VCM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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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바퀴를 돌았을까. 출발점으로 되돌아간다. L4 2.4 어코드는 이전보다 출력이 늘었으나 초기가속을 제외하면 고속주행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짚어내기 어려웠다. 직진성이 두드러지고 안정감이 뛰어난 것은 이전 모델도 마찬가지였다. 새 어코드는 엔진과 연료탱크의 위치도 낮췄다. 조향성 및 코너링 성능을 키우기 위해서다. 무게중심보다 구동중심이 높아 주행은 한결 안정적이다.
곧이어 주력차종인 V6 3.5 어코드에 오른다. 똑같은 코스다. 이전의 V6 3.0ℓ 엔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중속에서 고속영역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한결 빠르고 자연스럽다. 토크의 정점은 이전과 다를 게 없으나 같은 회전수에서 뿜어내는 순간적인 힘이 한결 크다.
새 V6 3.5ℓ 최고출력 260마력 엔진은 이전 3.0ℓ(240마력)와 엔진 자체가 달라 맞비교가 어렵다. 그러나 배기량 0.5ℓ, 출력 20마력 차이는 확연했다. 직선과 구배 코너가 뒤섞인 고속주행시험장 역시 이를 가늠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비가 잦아지고 행사가 끝나갈 무렵, V6 3.5 어코드와 함께 PG에 들어설 기회가 한 번 더 있었다. 새로 얹은 V6 3.5ℓ 엔진은 이전 V6보다 되려 L4 2.4ℓ i-VTEC 엔진과 비슷한 양상이다. 출력과 토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서 있으나 회전수가 4천rpm을 넘어서면서 레드존까지 훌쩍 솟아오르는 모양이 L4 2.4ℓ와 흡사하다. 물론 회전수와 동시에 밀어붙이는 파괴력은 V6 모델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세다.
새 어코드는 가변 스티어링 휠 시스템도 더했다.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휠 기어비를 바꾸는 BMW와 달리 혼다는 스티어링 휠을 꺾는 각도에 따라 기어비를 바꾼다. 효과는 비슷하겠으나 BMW보다 혼다가 한결 싼 값에 이 시스템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조향각이 훨씬 크게 작동한다. 반대로 스티어링 휠을 적게 돌리는 고속에선 실제 조향각을 작다. 이렇게 되면 고속에서 한결 정교한 핸들링이 이뤄진다.
혼다는 이를 위해 섀시 강성과 토션 정밀도까지 조절했다. 아쉽게도 프루빙 그라운드를 돌면서 스티어링 휠을 꺾어볼 수는 없었다. 저속을 경험하지 못한 탓에 고속에서의 조향각이 줄어드는 점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 부분은 한국시장에 론칭했을 때 확인할 참이다.
시승을 마쳐갈 무렵, 바로 눈앞에 있는 8세대 어코드는 뽀얗게 흩날리는 가랑비 속에 몸을 감추고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프루빙 그라운드를 여러 번 달렸지만 여전히 그가 가진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다. 탈수록 그 진가가 하나둘 드러날 것이다. 더 많이 달려보지 못하고 더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어쨌든 기자는 다시 한 번 한국 시장에서 만날 8세대 어코드를 기다릴 이유가 충분하다. 데뷔는 2008년 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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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에 나선 한국형 어코드의 겉모습과 실내를 찬찬히 들여다볼 틈이 없었다. 대신 도쿄 모터쇼에 등장한 8세대 북미버전 어코드의 밑그림 혼다 인스파이어를 바탕으로 국내 출시 버전을 가늠하기로 하자.
일본 시장에서 인스파이어는 어코드의 윗급에 자리한다. 물론 어코드보다 편의장비가 많다. 크롬장식도 더해진다. 국내 수입버전이 이 인스파이어다. 그러나 겉모습만 인스파이어다. 인테리어는 아랫급 어코드의 것을 가져다 조합했다. 물론 7세대 어코드의 경우다. 새로 수입될 모델 역시 이런 시스템을 쓸지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인스파이어를 통해 국내 수입버전을 가늠할 수는 있다.
8세대 어코드는 전통적인 세단의 3박스 형태를 갖추면서 한결 우람해졌다. 우선 앞쪽 노즈를 위로 들어올렸다. 프론트 그릴은 수평을 유지하되 헤드램프는 승객석 쪽으로 끌어 당겼다.
앞 범퍼를 비롯한 정면 구조는 충격 흡수와 분산효과가 크다. 충격을 더 넓어진 표면으로 확산시키는 구조다. 그만큼 승객공간은 보호된다. 이전의 날카로움은 지키되 면을 넓히고 부풀린 점도 주목하자. 볼륨감도 한결 뛰어나 차가 비싸 보인다.
차체는 한결 커졌으나 사실은 커지지 않았다. 그렇다. 아이러니다. 길이×너비×높이를 따졌을 때 8세대 어코드는 이전보다 길이만 고작 2.5cm 늘었을 뿐이다. 나머진 똑같다. 차폭과 높이는 물론 휠베이스까지 이전 모델과 수치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 그럼에도 실제 눈에 들어오는 차이는 확연히 8세대가 크고 우람하다. 바로 디자인의 묘미다.
또 있다. 차체와 실내바닥을 15mm 낮춘 것도 시각적인 거대함에 한 몫을 한다. 자연스레 사이드 패널도 커졌으니 착각을 일으킬 만하다. 7세대에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16인치 타이어가 8세대에 와서 작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디자인 변화는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보행자 안전규정 때문이다. 보행자와 충돌했을 때 보닛 위로 충돌하는 보행자의 상해정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날카로운 노즈를 두툼하게 처리하는 것도 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
단점도 있다. 공기저항이다. 이 구조는 역학적으로 공기저항계수를 크게 한다. Cd 0.01을 줄이기 위해 밤낮으로 공기저항과 싸우고 있는 디자이너(비단 혼다뿐이 아니다)만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그만큼 디자인적인 제약이 많다.
혼다는 새 어코드의 인테리어를 ‘진보한 편안함’이라고 했다. 이전 모델과 똑같은 휠베이스(2천740mm)를 가졌으나 한결 넓은 공간도 뽑아냈다. 이 부분은 시각적인 착각이 아니다.
공간효율성을 개선해 확실히 넓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위급 레전드를 능가했던 실내공간이 더 커진 셈이다. 운전석에서 보는 계기관련 모든 정보도 눈높이에 맞춰 나란히 배열했다. 8세대 어코드는 이래저래 혀를 내두를만한 점이 많다. 현존하는 혼다의 양산차 가운데 가장 진보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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