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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135i 쿠페' 더 많은 비머 탄생을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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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8/01/21 01:10 | 조회 : 18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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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월, 독일 뮌헨의 BMW 본사 회의실. BMW 그룹 감독 이사회는 베른트 피세츠리더 당시 회장으로부터 로버 인수에 따른 손실액을 브리핑 받았다. 한 해전 BMW 그룹이 벌어들인 전체 수익 절반이 로버로 인해 날아가 버린 것을 알게 된 이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사임 압박을 받은 피세츠리더는 로버 문제 해결을 위한 플랜을 감독이사회에 제시한 뒤 쓸쓸히 회의실을 떠났다.
이어서 볼프강 라이츨레 부회장 차례다. 그는 감독이사회 멤버들에게 ‘로버는 매각하고 MG와 미니를 계속 보유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며 자신이 회장으로 승진할 것을 자신했다. 하지만 회의실 분위기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그 역시 목이 날아갔다. 과거 BMW를 떠나 포르쉐 CEO로 자리를 이동하려 했던 라이츨레의 전력이 BMW 그룹 주식의 절반을 보유한 최대 주주 콴트 가문의 신뢰를 얻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BMW의 최고 경영진 두 명은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에서 함께 일하길 열망해온 핵심 인재다. 피세츠리더는 품질 보증 파트, 라이츨레는 새 차 개발 부서에서 발군의 실력을 인정 받아온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실제로 BMW에서 쫓겨난 뒤 피세츠리더는 폭스바겐 그룹, 라이츨레는 포드 그룹(PAG)으로 바로 자리를 옮겼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세기말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는 덩치 부풀리기 붐이 일었다. 규모가 큰 5~6개 메이커만 살아남는다는 예측에 따른 것이다. BMW 역시 영국 로버 그룹을 인수해 생산량 100만 대 돌파, 몸집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1994년 실행에 옮긴다. 피세츠리더와 라이츨레가 회장, 부회장에 오른 지 1년만의 일이다.
로버 그룹은 대중차 로버와 스포티 브랜드 MG, SUV 원조 랜드로버를 거느리고 있었다. 당시 프리미엄 세단에 치중했던 BMW 입장에서 로버와 MG를 통해 대중차 시장에 뛰어들고 랜드로버를 통해 SUV 시장에 진출하면 신규 수요 창출 효과를 얻어 최강의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뒤 오판이라고 판단한 BMW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영진을 교체하고 미니 브랜드만 남긴 뒤 로버 그룹을 다시 매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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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BMW가 대중차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BMW 1시리즈가 탄생한 배경이다. BMW는 2004년 1시리즈로 폭스바겐 골프 등이 주도하는 C 세그먼트에 뛰어들었다.
또 브랜드만 인수한 미니는 이보다 앞선 2001년 멋진 레트로 모델을 선보이며 A, B 세그먼트를 맡았다. 두 모델이 각각 해마다 15만 대 이상 팔리는 성공에 힘입어 현재 BMW는 연간 약 13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를 포함한 메르세데스-벤츠의 120만 대(승용차), 아우디의 80만 대보다 앞선 실적이다.
소비자들이 유독 차값에 민감한 A, B, C 세그먼트는 그 동안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도전할 수 없는 시장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1997년 A-클래스로 도전했으나 스웨덴 전문지의 테스트 과정에서 전복 소동이 일어났고 영국 전문지의 ‘최악의 차’ 선정 등 악평을 많이 받았다. 이와 관련해 골프의 시장을 지켜내려는 폭스바겐 그룹의 공작이라는 음모론이 돌기도 했다.
아무튼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는 신규 벤츠 오너 창출에 기여했고 2세대 모델로 진화하며 B-클래스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는 A, B-클래스를 합쳐 해마다 26만 대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아우디의 경우 1996년 폭스바겐 골프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A3로 출사표를 던졌고 연간 7~8만 대를 판매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쟁 업체의 움직임에 자극 받은 BMW는 1시리즈로 맞불을 놓기로 했다. 새 차는 5도어(E87), 3도어(E81) 해치백 스타일로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은 현행 3시리즈(E90)과 60% 이상 공유한다. 1시리즈는 동급 컴팩트카 가운데 유일하게 뒷바퀴굴림 구동계를 지녔다. 따라서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을 실현한 BMW 자동차로 독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앞바퀴굴림 구동계가 정형화된 해치백 스타일의 소형차 시장에서 1시리즈가 던진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충격이 더해졌다. 바로 코드명 E82로 개발된 1시리즈 쿠페다. 또 BMW는 1시리즈 컨버터블 모델(E88)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제 1시리즈는 어엿한 독립 시리즈가 된 셈이다. 사실 해치백으로만 나오던 그 동안의 1시리즈는 과거 4세대 3시리즈(E46) 때까지 판매했던 3시리즈 해치백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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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웨덴 고틀란드 일대에서 BMW 1시리즈 쿠페 인터내셔널 프레스 론칭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기자는 시승회 전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새 차와 관련한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봤다.
제품 홍보 담당 만프레드 씨는 “뛰어난 품질과 감성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컴팩트카로 성공적으로 자리한 1시리즈가 쿠페와 곧 등장할 컨버터블 모델을 통해 더욱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1시리즈 쿠페와 컨버터블 모델 출시에 발맞춰 북미 시장에도 진출, BMW의 엔트리 모델로 라인업을 한층 강화시킬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1시리즈는 그 동안 전 세계에서 45만7천여 대가 팔렸다. 이는 BMW의 가장 큰 시장인 북미 지역을 배제한 수치다. 해치백이 먹히지 않는 지역 특성 때문에 1시리즈 3도어, 5도어는 그 동안 북미에 진출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1시리즈 쿠페가 나오면서 북미와 우리나라에 상륙할 예정이다.
1시리즈 쿠페는 1966년 등장한 02시리즈의 후속으로 3시리즈의 기원이기도 한 1600 세단을 기초로 만든 2도어 쿠페를 일컫는다. 02시리즈는 1602, 2002로 진화하며 12년 동안 롱런한 베스트셀러다. 강력한 엔진과 뒷바퀴굴림 구동계가 주는 운전 재미, 성인 4명에게 불편 없는 실내 공간을 특징으로 지녔다. 고성능 2002 터보 모델의 경우 지금 GM 그룹 새 차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밥 루츠 부회장이 BMW에서 근무하던 당시 진두지휘해 개발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총책임자 후베르트 씨는 “02시리즈의 전통을 잇는 1시리즈 쿠페는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 긴 보네트 등의 BMW 고유 전통에 프레임 리스 도어, 차체 뒤쪽으로 쭉 뻗어나간 그린 하우스 등의 쿠페 컨셉트를 잘 이어받았다”고 소개했다. 또 “앞바퀴굴림 방식 경쟁 모델과 비교해 탁월한 핸들링 실력과 주행성을 보이며 네바퀴굴림 모델과 견줘도 연비 등에서 1시리즈 쿠페의 경쟁력이 단연 돋보인다”고 자신했다.
그는 “컴팩트카지만 넉넉한 실내 공간과 골프백 2개가 들어가는 370ℓ 용량의 트렁크(6:4 분할 리어 시트 폴딩 때 815ℓ)를 갖췄다”며 “i드라이브, MP3 혹은 애플 아이팟 연결 기능, 6개의 에어백, 어댑티브 헤드램프 등의 다양한 편의장비와 수동형, 능동형 안전장치 등이 프리미엄 카로 새 차의 가치를 높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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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관계자들과 디너를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것은 하이브리드 구동계다. 크라이슬러가 GM, 다임러크라이슬러, BMW의 공동 개발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라며 ‘HEMI-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막 양산화한 상황에서 BMW의 결과물은 언제 나오는지 물었다.
그러자 “효율적 역동성(Efficient Dynamics)를 내세우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선보인 X6의 액티브 하이브리드 컨셉트가 최초다”라는 답이다. 장기적으로 수소 엔진 자동차 양산을 목표로 한 BMW는 “그 때까지 액티브 하이브리드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22개 액티브 하이브리드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디젤 엔진과 관련해서 “123d 모델은 최고 2천bar에 달하는 고압 분사를 최초로 실현한 3세대 커먼레일 시스템이 얹혔다”고 했다. 폭스바겐 2.0ℓ TDI 역시 실린더마다 고압 펌프가 달린 PD 방식을 통해 분사압 2천bar를 구현했다는 기자의 반론에 “맞는 이야기지만 PD 방식은 분사 모양 조절이 어렵다”며 최근 TDI가 커먼레일 시스템으로 돌아선 배경을 알려줬다. 참고로 BMW의 디젤 엔진 분사 시스템은 보쉬제다.
분진 필터와 관련해서도 BMW는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었다. 이미 2004년 535d를 통해 세계 최초의 버닝 방식 분진 필터를 양산차에 적용한 BMW다. 관계자는 “1시리즈 쿠페 디젤 모델이 미국에 론칭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미세 먼지를 완벽히 제거하는 요소 충전식 분진 필터를 따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1시리즈 쿠페 시승을 위해 전세기를 타고 스웨덴 고틀란드로 향했다. 석기시대 유적과 아름다운 해안 풍경으로 잘 알려진 섬인 이곳은 길이 3.2km의 간이 서킷이 자리하고 있다. 본격적인 이벤트는 아직 개최하지 못했지만 2012년 완공을 목표로 28km 길이의 트랙을 지닌 모터 파크로 개발될 예정이다.
준비된 시승차는 135i 쿠페다. 직렬 6기통 3.0ℓ 트윈 터보 직분사 엔진이 얹혔다. 1시리즈 쿠페의 최고 모델로 N54 엔진이 달렸다. 매끈한 반응성을 이유로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하던 BMW가 기존 터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의욕적으로 출시한 엔진이다. 최고출력 307마력(5천800rpm), 최대토크 40.8kg·m(1천300~5천rpm)을 내며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 5.3초, 최고속도 250km(속도제한)의 고성능을 뽐낸다.
차체는 컴팩트 사이즈의 표준 크기지만 휠베이스와 트레드는 윗급 모델과 비슷할 정도로 넉넉하다. 긴 보닛과 최대한 뒤쪽으로 물러나 앉은 운전석이 동급 모델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멋이다. 처음 선보인 메탈릭 세도나 레드로 치장한 시승차는 근육질적인 숄더 라인과 볼륨감을 극대화한 사이드 실이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게다가 M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가 더해져 스포츠 감각이 물씬 풍긴다.
실내는 Z4와 3시리즈를 믹스한 분위기다. 흐르는 면들을 포갠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센터페시아는 높은 품질감과 기능성을 자랑한다. 승차 정원 4명으로 짜인 공간은 쿠페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부족함 없지만 일반인들에게는 타이트한 면이 많다. 단, 아직 자녀가 어린 핵가족에게는 문제없는 사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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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움직였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터빈의 효율이 떨어져 반응이 주춤거리는 다른 터보 모델과 달리 1천500rpm부터 토크 분출이 예사롭지 않다. 예민한 트윈 터보 방식으로 3천rpm부터 100% 모든 성능을 뽑아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금만 액셀 페달에 힘을 주면 휠 스핀이 일어나고 트랙션 컨트롤이 작동되며 이를 제어한다.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를 모는 듯한 와일드함이 전해지는 파워트레인과 달리 스티어링 휠은 매우 매끄럽다. 전기식 파워스티어링 덕분이다. 기존 유압식과 달리 답력 조절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참고로 335i에서 트러블을 일으킨 액티브 프론트 스티어링은 135i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BMW 관계자는 전기식 액티브 프론트 스티어링을 따로 개발, 적용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6단 수동변속기를 착착 올려가며 속도를 높이자 조금 까불거리는 기분이 강하다. 안정감이 떨어지는 느낌은 컴팩트 쿠페의 한계로 보인다. 힐 앤 토로 속도를 줄이는 동시에 기어를 내리며 코너에 진입하자 차체 뒤쪽이 살짝 틀어진다. 능동형 주행안정장치가 오버스티어를 제어하기에 믿을 수 있지만 굳이 시스템을 오프하고 맘껏 내달리기는 스핀 걱정이 앞섰다. 촐싹거리며 ‘확’, ‘확’ 틀어지는 주행성향이 심리적으로 운전자에게 긴장감을 주기 때문이다. 미끄러짐을 감지할 틈 없이 바로 차체가 균형을 잃기에 웬만한 카운터 스티어링 기술로는 스핀을 막기 힘들다. 전문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그립 주행을 즐길 것을 충고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퍼포먼스를 만끽할 수 있다.
실제로 서킷에 오르자 135i 쿠페는 포뮬러카 못지않은 몸놀림을 보인다. 감으면 감는 만큼 앞머리가 돌아가고 밟으면 밟은 만큼 질주한다. 한계 속도 이상으로 코너에 진입했다가 오버스티어로 몇 번 아찔한 순간이 있었지만 스티어링 휠을 역으로 감으며 살포시 액셀 페달에 힘을 주자 균형을 되찾으며 치고 나갔다. 135i 쿠페에 기본으로 달린 전자식 디퍼렌셜 록 장치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1시리즈 쿠페의 출현 소식을 들었을 때 히트를 예감했다. 차가 좋은 만큼 값도 프리미엄급인 BMW. 따라서 역설적으로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을 살린 제대로 된 BMW를 사기엔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실제로 현재 국내 BMW 라인업 가운데 진정한 BMW를 사려면 최소 6천만 원은 부담해야 한다.
엔트리 BMW인 1시리즈를 바탕으로 탄생한 135i 쿠페는 그간 제대로 된 BMW를 접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임에 틀림없다. 잘 달리는 BMW산 명마를 원했지만 호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320i를 샀다 고만고만한 성능에 후회하는 비머(BMW 오너)라면 135i 쿠페를 권한다.
실제로 135i의 전체적인 주행 성능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굳이 M 시리즈가 필요 없다’고 할 정도다. BMW 개발진 역시 1시리즈는 ‘M1으로 나오지 않고 서스펜션과 주요 파츠를 교체한 M 패키지 모델만 준비하고 있다’고 기자에게 확인해주었다.
단, 그렇다고 135i 쿠페가 가칭 M1을 떠올릴 만큼 감격적인 성능을 지닌 것은 아니다. 정확히 꼬집는다면 335i보다 조금 앞서는 정도다. 물론 현존하는 컴팩트 쿠페 가운데는 최강자라고 하겠다. 이제 더 많은 이들이 BMW의 진짜 ‘달리는 즐거움’을 맛보는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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