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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8/04/10 17:19 | 조회 : 1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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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J 시리즈의 출발점은 40년 전인 1968년으로 돌아간다. 당시 재규어의 기함으로 XJ6이란 이름에 직렬 6기통 2.8ℓ와 4.2ℓ엔진을 얹었다. 1972년 길이가 늘어난 XJ 롱 휠베이스 버전으로 가짓수를 늘리고 다임러(Daimler)란 이름의 고급 디비전으로 같은 차종을 판매를 하며 양공작전을 펼쳤다.
최고버전으로 V12 5.3ℓ엔진을 올린 더블-식스 XJ12까지 선보인다. 이후 XJ의 휠 베이스를 줄인 쿠페형 XJ-C도 선보이며 XJ 시리즈는 전성기를 맞는다. 하지만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재규어를 이끌던 브리티시 레이랜드(British Leyland) 자동차 그룹이 휘청거리고 회사의 노사갈등까지 겹쳐 경영이 악화되었다. 결국 XJ의 후속모델 개발은 기약 없이 늦춰지고 만다.
1983년 재규어는 홀로 독립하고 1986년에 2세대 XJ(개발명 XJ40)를 내놓는다. 이후 1989년에 포드가 재규어를 인수하고 XJ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개발명 XJ81, X300, X305 그리고 X308로 이어지는 꾸준한 체인지와 페이스리프트로 XJ는 진화를 거듭한다.
2003년 개발명 X350으로 풀모델 체인지 된 3세대 XJ는 알루미늄 리벳 섀시와 알루미늄 보닛, 펜더, 도어, 트렁크 등을 사용해 무게를 줄여 대형세단 크기에 중형차 무게를 실현했다. V8 엔진으로 성능을 만족시키고 이전 XJ의 디자인과 재규어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가장 재규어다운 현대식 재규어로 평을 받으며 전 세계에 판매된다.
2007년 말부터 앞뒤 범퍼 디자인을 싹 바꾼 페이스리프트 XJ가 2008년형으로 국내 판매를 시작했고 올해 초에는 V8 4.2ℓ 엔진에 수퍼차저를 더해 ‘우아하고 빠른 세단’을 표방한 XJR이 등장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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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앞으로 튀어나갈 것 같이 한껏 웅크리고 있는 자세에 강인한 눈매를 가진 XJR과 잠시 ‘눈’싸움을 한다. 둥근 4개의 눈매를 따라 울긋불긋 보닛을 타고 올라가는 굴곡이 살아있는 듯하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그리고 공기흡입을 위해 디자인된 앞 범퍼와 R의 혈통이 담긴 은색 매시그릴이 조화를 이루며 자동차라기보다 하나의 생물체 같은 기운이 감돈다.
양쪽 앞 펜더 뒤로 새롭게 생긴 ‘JAGUAR’ 로고의 알루미늄 R 에어 벤트는 엔진룸의 수퍼차저 열기를 조금이나마 빼내는 기능적 역할과 동시에 밋밋했던 옆모습에 포인트를 더한다. 시원하고 스포티한 분위기의 5스포크 알루미늄 칼리스토(Callisto) 휠은 뭔가 ‘있어 보이며’ 클래식한 XJ 보디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20인치 휠에 얇은 고무를 살짝 두른 것 같은 35시리즈 타이어 조합은 입이 떡 벌어지는 고성능 수퍼카가 아니고서는 소화하기 힘든 ‘오버 스펙’ 사이즈다.
XJ는 뒤로 갈수록 늘씬하게 뻗은 재규어만의 디자인을 가장 살리고 있다. 모서리마다 부드럽고 매끄럽게 이어놓은 뒷범퍼 밑으로 시끄럽거나 요란스럽지 않는 듀얼 머플러가 매치됐다. 요사이 고급차라면 당연시 사용되는 LED 브레이크 램프도 빼놓지 않았고 트렁크 위로 살짝 붙여 놓은 스포일러도 재규어의 라인을 헤치지 않는다. 본래의 재규어식 디자인 때문에 트렁크 공간을 희생해야하는 것은 아무리 더워도 정장에 긴팔 셔츠를 입고 스타일을 유지해야하는 것처럼 영국 신사의 폼생폼사 기질이 담겼다.
새롭게 디자인한 범퍼, 커다란 바퀴, 번쩍이는 매시 그릴로 세월의 흔적을 숨겼지만 미쳐 손을 데지 못한 XJ 실내는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 버리기에는 아직 아쉬운 할아버지 댁의 오래된 가구 재질과 분위기 때문에 운전석에 앉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둥글게 두 줄 스티치 가죽으로 덮은 센터페시아와 그 위로 공조장치가 나오는 송풍구 그리고 계기판 테두리는 완만한 곡선 그리며 클래식 분위기를 이끌려 노력했다.
가죽 시트 헤드레스트의 R 로고나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그리고 센터페시아 일체형 내비게이션은 그나마 시대의 흐름에 구색을 맞춘 편의장비다. 또한 앞자리 헤드레스트 뒤편에 심어놓은 액정 스크린은 뒷자리 DVD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연계된다. 혹시라도 있을 XJ 소퍼드리븐 오너나 뒷자리 아이들을 위한 유용한 옵션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물론 딜러 쇼룸에서 인테리어에 대해 불평하는 고객들의 시선과 관심을 돌리기에도 좋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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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JR의 유닛, AJ-V8 엔진은 지난 2000년 전 세계 베스트 10 엔진 리스트에 올랐던 경력이 있다. 좌우 4기통씩 뱅크각 90°로 펼쳐진 V8 4.2ℓ 엔진은 1997년에 V8 4.0ℓ로 처음 개발된 재규어만의 엔진이었다. 주철 스틸 V8 엔진은 컴팩트한 사이즈에 성능과 내구성이 좋았다. 당시에 실린더 내에 마찰 손실을 줄이는 니카실(Nikasil:니켈과 실리콘의 화합물) 라이닝 코팅을 사용해 유명세를 탔다.
처음에는 스트로크와 보어가 모두 86.0mm로 같았으나 스트로크를 90.3mm로 늘이고 배기량을 4.2ℓ로 키워 출력과 토크를 높였다. AJ-V8 엔진은 재규어뿐만 아니라 포드 계열의 링컨과 랜드로버 그리고 애스턴마틴에서도 두루 사용 중이다. XJ8에는 300마력 자연흡기 V8 4.2ℓ가 올라가고 좀 더 특별한 XJR에는 같은 엔진에 수퍼차저를 더한 400마력 유닛이 들어간다.
급하게 파워를 올려 쓰다 체할 수 있는 터보차저나 세월아 내월아 rpm이 올라가기를 기다려야하는 자연흡기엔진의 파워와 달리 V8 4.2ℓ 엔진에 붙어 있는 이튼(Eton)제 수퍼차저는 꾸준하게 공기를 압축, 실린더로 넣으며 자연흡기 대비 25% 출력 업을 이뤘다. 공차중량 1천690kg로 가벼운 알루미늄 차체 덕분에 덩치에 맞지 않게 가뿐히 튀어나간다. DSC를 끄고 액셀 페달에 힘을 주면 언제나 도로에 착 달라붙어 있을 것 같은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50A 255mm 너비의 20인치 타이어도 별 수 없이 자제력을 잃고 휠 스핀하며 흰 연기를 뿜어댄다.
XJR은 제원상 0→시속 100km 도달까지 5.3초. 이 기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DSC를 끄고 출발할 때 쏟아지는 토크를 잘 다스려 뒷바퀴 접지력과 아스팔트 노면 마찰력의 상관관계를 잘 찾아야 한다. DSC가 켜있다면 그냥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아 출발하면 DSC와 ABS의 전자장비가 작동하며 안정된 출발을 할 수 있지만 5.3초만에 도달하기는 힘들다.
엔진 크랭크와 연결된 풀리가 터빈을 돌리고 공기를 압축해 실린더로 집어넣는 수퍼차저의 역할은 엔진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지칠 줄 모르고 거침없다. 통행량이 없는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km를 넘기는 것은 스키를 타고 직활강하는 것처럼 스릴 있고 짧은 내리막 고속도로에서 시속 260km까지 도달할 때는 다리에서 떨어지는 번지점프처럼 짜릿하다.
XJR이 숏 휠베이스(SWB)라지만 5m가 넘는 긴 보디(5,090mm)에 2.1m가 넘는 너비(2,108mm)로 코너링과 가감속 때 어느 정도 롤링과 피칭을 허락한다. 고성능의 휠과 타이어 그리고 감쇄력을 조절하는 능동적인 컴퓨터 제어 서스펜션 CATS(Computer Active Technology Suspension)로 코너에서도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400마력 세단을 요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길게 뻗은 뒷부분이 가끔씩 코너에서 앞바퀴의 궤적을 따라가지 못하고 코너 밖으로 나가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뒷부분을 미끄러뜨리기 쉽다. 이 과정에는 예상치 못한 급격한 동작이나 신경질적인 반응이 아니라 운전자가 미리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진다.
재규어 XJR은 쇼퍼드리븐의 안락한 세단을 찾는 사람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고급 세단이다. XJ를 찾는 사람은 정말 재규어를 동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남들처럼 많이 팔리는 편안한 이동수단으로만 사용하는 세단에 실증을 느끼고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이다. 그 중에 운전의 짜릿함까지 즐길 줄 아는 이들이 XJR을 선택한다. 기계적 감각을 즐기면서 고급스러움과 럭셔리함을 동시에 지닌, 이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세단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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