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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8/04/10 17:23 | 조회 : 18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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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다. 길이 약간 늘렸을 뿐인데, 느낌이 전혀 딴 판이다. 첫인상은 ‘신선함’보단 ‘어색함’에 가까웠다. 한동안 못 본 사이 얼굴은 예전의 앳된 모습 그대로인데, 키만 훌쩍 큰 조카와 만났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랄까. 보고 또 봐도, 포토샵에 띄워놓고 마우스 휘저어 늘린 것처럼 어딘지 자연스럽지 않다. 이전의 비례감각이 뚜렷이 뇌리에 각인된 탓이다.
익숙하듯 낯선 주인공은 미니 쿠퍼 클럽맨. 허리춤을 엿가락처럼 잡아늘였다한들 파워트레인에 따라 쿠퍼와 쿠퍼 S로 나뉘는 건 미니와 매 한 가지. 원래 시승차는 핫 초콜릿 컬러의 쿠퍼 클럽맨이었는데, 어쩌다 진청색 쿠퍼 S 클럽맨과 함께 하게 됐다. 내심 수퍼차저 대신 터보차저를 얹은 신형 미니 쿠퍼 S의 성능이 궁금했던 터라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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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형 미니 쿠퍼를 시승하는 건 개인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편집장의 해외 시승기가 크게 실린 까닭에 국내 시승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모델 체인지 전과 비슷하려니 지레짐작했는데, 막상 보니 차이가 크다. 얼굴은 이전의 껍데기에 한껏 바람을 불어 부풀린 듯하다. 벌집무늬 그릴이 불거졌고, 눈망울은 슬며시 좌우로 벌어졌다.
살짝 옆으로 비켜서서 바라보니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까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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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원근감이 미니 쿠퍼와 사뭇 다르다. A필러에서 꽁무니까지 기다랗게 이어진 그린하우스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과장 좀 섞어 지루함이 밀려들 지경. 롱휠베이스 세단의 옆 유리창만 하겠냐만, 애당초 짧았던 차가 길어지니 그 차이가 훨씬 크게 피부에 와 닿는다. 유심히 살피니 지붕도 봉긋 부풀었다.
뒷모습 디자인은 시승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부정적인 쪽의 이유는 간단했다. 상용차 같아서 싫단다. 르노 캉구나 피아트 물티플라처럼 승용과 상용, 영업용의 경계를 스스럼없이 넘나드는 차를 좋아하는 내게 클럽맨의 뒷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좌우 양쪽으로 나뉜 데다, 앙증맞은 와이퍼까지 한 개씩 품은 뒷도어는 개성 넘칠 뿐 아니라 쓰임새도 좋다.
BMW가 ‘스플릿 도어’(Split Door)라고 이름 붙인 뒷도어는 손잡이 안쪽을 살짝 당기면 ‘퐁’ 튀어나오듯 열린다. 밀어 누르듯 닫는 느낌도 흥미롭다. 천장은 선루프 두 장으로 덮었다. 뻥긋 숨통을 트는 틸팅은 두 장이 동시에, 완전히 여는 건 앞쪽만 가능하다. 개방성은 뛰어나지만, 촘촘한 구멍이 뚫린 가리개만 갖춰 강렬한 햇살을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다.
미니는 원조 시절에도 클럽맨 같은 왜건형 모델을 거느렸다. 1961~1969년 영국에서 판매된 미니 트래블러와 컨트리맨이 그 주인공. 2천40mm의 휠베이스를 100mm 늘이고, 고급 모델은 적재함 쪽에 미국 스테이션 왜건풍의 나무 장식까지 덧대 한껏 멋을 부렸다. 트래블러가 9만9천 대, 컨트리맨이 10만8천 대나 팔렸으니 니치 모델치곤 꽤 성공적이었다.
미니 쿠퍼 클럽맨은 지난해 9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차체는 미니보다 240mm나 길다. 럭셔리 세단의 스탠더드와 롱휠베이스 버전의 차이를 가뿐히 넘는 수치다. 황금비율을 뽐내던 디자인의 균형은 다소 무너졌다. 앞뒤 오버행은 그대로 둔 채 휠베이스만 잡아당기면서, 차는 닥스훈트처럼 땅바닥에 납작 붙어 보인다.
없어서 못 파는 미니를 굳이 거금 들여 수술한 보람은 충분했다. 80mm의 다리 공간과 100ℓ의 짐 공간을 추가로 얻었으니까. 좌우 따로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죄다 눕히면 930ℓ의 짐 공간이 생긴다. 옹색한 뒷좌석과 변변찮은 짐 공간 등 그동안 미니를 타기 위해 감수해야했던 아쉬움이 단박에 해결됐다. 가렵지만 손이 닿지 않던 곳을 벅벅 긁어준 셈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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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뭣하나 평범한 게 없다. 미키마우스의 뒤통수처럼, 동그랗고 납작한 키부터 예사롭지 않다. 스티어링 휠 앞엔 타코미터뿐이다. 속도계는 대시보드 중앙에 달렸는데, 그 크기가 벽걸이 시계만 하다. 행여 운전하면서 시선 옮기느라 불편할까봐 타코미터 속에 디지털 속도계도 마련했다. 매만질 때 손맛이 일품인 토글스위치를 곳곳에 심어 넣은 건 여전하다.
시트는 직물 소재를 기본으로 허리와 허벅지 양쪽의 날개 부분만 가죽을 씌웠다. 직물이지만, 텍스트가 워낙 촘촘해 풀풀 먼지 날릴 걱정이 없겠다. 나아가 쿠션이 탱탱하고, 몸을 효율적으로 감싸 흠잡을 데 없다. 운전석 풍경은 미니와 판박이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멀찍이 물러선 뒷좌석과 절반으로 나뉜 뒷유리가 롱 휠베이스 미니란 사실을 깨닫게 한다.
동반석 쪽은 도어가 두 개다. 앞쪽의 도어를 먼저 연 뒤 보조 도어 안쪽의 레버를 당기면 옆구리가 뻥 트인다. 그 상태에서 앞좌석까지 접으면 어렵지 않게 뒷좌석에 드나들 수 있다. 단, 지붕이 낮은 편이어서 뒷좌석에 타고 내릴 때는 여전히 몸을 잔뜩 웅크려야 한다.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보조용 정도로 쓰던 뒷좌석이 번듯한 2인용으로 거듭났다. 다리, 머리 공간 모두 넉넉하다.
키를 슬롯에 밀어 넣은 뒤 바로 옆의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엔진이 숨통을 튼다. 미니 쿠퍼S 클럽맨의 심장은 BMW 그룹이 푸조·시트로엥의 PSA 그룹과 손잡고 개발한 직렬 4기통 1.6ℓ 트윈 터보 직분사 175마력. 푸조 207 시리즈에도 얹는다. 아이들링 때 차 밖에선 직분사 엔진 특유의 ‘깔깔’대는 소음이 귓가를 맴돈다. 다행히 실내엔 거의 스미지 않는다.
무겁기로 악명 높았던 스티어링은 전기식으로 바뀌면서 한결 가벼워졌다. 한 손 주차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준이다. 몸놀림은 미니보다 늘어지는 느낌. 따라서 과격하게 차를 휘두를 때의 자신감과 즐거움은 다소 희미해졌다. 사운드는 직렬 4기통의 한계를 드러낸다. 고회전에서의 처연한 울부짖음에 가슴이 달뜨기는커녕 애처로움이 밀려든다.
차 무게가 80kg 정도 늘었지만, 당찬 가속 성능은 미니 쿠퍼S와 판박이다. 0→시속 100km 가속을 7.8초에 끊는다. 작은 폭주 기관차에 탄 기분이다. 이전의 수퍼차저 엔진보단 반응이 빨라졌지만, 찰나 뜸을 들인 뒤 와장창 튀어나가는 가속 특성은 여전하다. 기어 레버뿐 아니라 스티어링 휠의 스위치로도 주무를 수 있는 6단 자동변속기는 더없이 민첩하고 영리하다.
기왕 미니를 생각했다면 클럽맨을 골라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무늬뿐이던 뒷좌석과 트렁크를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면서, 혼자 혹은 둘만의 오붓한 즐거움이 네 식구의 충만한 즐거움으로 뻥튀기 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당돌한 동력성능과 야무진 몸놀림 등 미니 고유의 매력은 여전하다. 값은 미니 쿠퍼S 클럽맨이 4천100만 원, 미니 쿠퍼 클럽맨이 3천600만 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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