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4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늘어난 차체 사이즈는 거의 A6에 육박하는 포스를 발휘하지만 특유의 스포티함은 더욱 강조됐다. 실내는 화려한 디자인만큼이나 편의 장비도 다양하지만 MMI와 따로 노는 내비게이션은 옥에 티다. 출력이 소폭 오른 2리터 터보는 언제나 풍부한 토크를 제공한다. 전체적인 상품성은 더욱 높아져 구형 A4 오너라면 신형의 디자인만으로도 견적의 욕구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글 / 한상기(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아우디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개인적인 관심사 중 하나이다. 요즘만 본다면 세계의 럭셔리 빅3 중 하나인 것이 당연시 여겨지지만 아우디가 이런 위치를 점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그동안 꾸준하면서도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던 결과가 바로 현재의 아우디의 위상이다. 현대적인 아우디는 2002년의 A8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전까지의 아우디는 벤츠, BMW에 비해 소극적인 면이 있었지만 뉴 A8 이후부터는 본색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아우디는 사세 확장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바로 신차이다. 2000년대 들어 아우디의 판매 대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제품의 상품성도 뒷받침 됐겠지만 쉴 새 없이 나온 신차의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볼륨 확장의 첨병은 당연히 A4이다. A3라는 동생이 있지만 전 세계적인 아우디의 엔트리 모델은 여전히 A4이다. 1995년 데뷔한 A4는 아우디가 그랬듯 조용히 시작해서 화려한 비상의 시기를 맞고 있다. 작년만 보아도 A4의 글로벌 판매 대수는 벤츠 C 클래스를 넘어섰다. 클래스의 최강자인 BMW 3시리즈와는 15만대의 차이가 있지만 C 클래스 보다 많이 팔렸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리고 아우디는 연간 판매에서도 벤츠를 넘어설 전망이다. 모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판매가 떨어지고 있지만 아우디는 그 정도가 덜하기 때문이다. 올해 10월까지의 추세대로라면 아우디의 연간 글로벌 판매는 처음으로 1백만 대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벤츠도 추월하게 된다. 아우디는 올해 10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84만 4,700대를 팔아 벤츠와의 차이를 100대로 줄였고 멀게만 느껴졌던 BMW와도 1만대 이하로 좁혀졌다. BMW의 차이가 23만대 이상이었던 작년 상반기를 생각할 때 엄청난 속도로 따라잡은 것이다. 그만큼 아우디의 기세는 상승일로에 있고 그 주역이 바로 이번에 출시된 뉴 A4이다. 뉴 A4는 2004년에 이어 빠르게 풀 모델 체인지를 가져가면서 다시 한 번 신차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신형 A4는 한 눈에 보기에도 차가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차체를 키우면서 구형의 스포티함에 중후함이 더해져 거의 중형급을 연상시키는 모양새다. 전장×전폭×전고를 살펴보면 구형이 4586×1772×1427mm, 신형은 4,703×1,826×1,427mm이고 휠베이스는 2,648mm에서 2,808mm로 늘어났다. 전고를 제외한다면 모든 수치가 커졌고 특히 휠베이스의 확장이 두드러진다.
차가 커진 것을 제외한다면 사실 디자인의 차이는 아주 크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디테일을 고친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발생한다. 전면의 포인트는 아우디 디자인의 특징 중 하나인 싱글 프레임 그릴이 아니라 헤드램프이다. 이 헤드램프 때문에 아우디의 인상은 점점 사나워졌고 이 눈매가 A4의 스포티함을 주도한다. 헤드램프에 박힌 14개의 LED는 점등 시 그야말로 멋지다. 모든 요소가 개선된 아우디의 스타일링 중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와이퍼가 보인다는 것이다. 깔끔하게 보닛에 가려졌으면 멋진 스타일링이 더 돋보일 것 같다.
뒷모습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의 아우디 세단은 앞에 비해 뒤가 심심한 맛이 있었지만 신형 A4는 다르다. 몇 가지의 디테일을 고친 것만으로도 아주 멋진 뒤태가 탄생했다. 신형을 위해 이 리어의 디자인을 아끼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프리머시로 사이즈는 245/45 R17이다. 수입차에 즐겨 사용되는 포텐자 RE050A 보다는 핸들링에서 떨어지는 디자인 패턴을 갖고 있지만 겨울의 초입에 출시되는 A4의 타이어로서는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실내는 깔끔하면서도 화려하게 변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디자인의 센터페시아이다. 센터페시아와 기어 레버 주위의 디자인은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센터페시아의 검은색 플라스틱은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버튼들의 촉감도 좋다.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는 위급 모델과 흡사하게 변했다. 공조 장치는 MMI에서 떨어져 나와 센터페시아 하단에 위치했고 바로 위에는 오디오가 마련되어 있다.
독일 3사의 인터페이스 중 MMI가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불편한 점이 있다. 예를 들어 공조장치의 바람세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 버튼을 누른 다음 다이얼을 돌려야 한다. 중앙에 박힌 다이얼 버튼을 돌리면 바로 온도 조절로 넘어가기 때문에 히팅 시트(6단계) 역시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공조장치의 디스플레이는 대단히 화려해 볼 때마다 오너의 마음이 흡족할 만하다.
기어 레버 주위에는 많은 버튼들이 나와 있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오토홀드, 시동 버튼, 그리고 MMI 관련 버튼들이 기어 레버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MMI는 완벽하게 구현이 되지 않는다. 많은 버튼 중에서 오직 CAR과 SETUP, RADIO만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는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CAR로 들어갈 경우 차량에 관련된 다양한 세팅을 직접 할 수 있지만 주로 사용하는 기능은 가장 윗줄에 있는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인디비주얼이다. 이 메뉴로 들어가면 엔진/기어박스, 스티어링, 서스펜션 3가지 모드가 있고 각각의 메뉴는 다시 컴포트와 오토, 다이내믹 3가지로 세팅할 수 있다. 아직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불만이다.
내비게이션이 MMI에 아직 녹아들지 못해 고유의 편의성을 그대로 누릴 수 없는 것도 단점이다. 스티어링 좌측에 보면 헤드램프 스위치 옆에 작은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눌러야 내비게이션으로 전환된다. 내비게이션은 좋은 화질을 제공하고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쓰기가 썩 편한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경우 공조 장치와 MMI의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내비게이션 사용 시 공조 장치 또는 MMI를 사용하고자 할 때는 다시 그 버튼을 눌러 화면을 전환해야 한다. 기능 자체가 실행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분명히 번거로운 게 사실이다. 화려한 실내의 기능들을 생각했을 때 블루투스나 USB 단자 등이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A4의 시트는 스포티 보다는 컴포트 쪽이다. 타이트하게 조여 주는 맛이 떨어지고 측면 지지도 강하지 않지만 허리를 잘 받쳐주고 쿠션도 단단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방석의 길이가 조금 짧지 않나 싶다. 시트는 럼버 서포트까지 모두 전동이며 2명분의 위치를 기억할 수 있는 메모리 버튼은 도어 트림의 윈도우 버튼 위, 그러니까 아주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되어 있다.
실내는 소재도 좋지만 우드그레인과 알루미늄, 피아노 블랙을 적절하게 섞어 A4 등급에서는 최대한의 고급스러움을 구현해 냈다. 실내만 보아도 구형 A4의 오너들이 부러워할 만하다. 심지어는 오버헤드 콘솔까지도 신경 써서 꾸몄다. 선루프의 다이얼과 조명도 고급스럽다. 선루프는 7단계로 열리고 원터치로 개폐 된다. 2열은 성인이 앉아도 불편함 없는 수준이고 레그룸도 부족하지 않다. 다만 등받이가 너무 곧추서 있지 않나 싶다. 이런 부분은 장거리 주행 시 불편할 듯싶다. 트렁크는 깊고 넓기도 하지만 정사각형으로 정리가 잘 돼 있다.
뉴 A4에 올라가는 211마력의 터보 엔진은 디젤 같은 구석이 많다. 소음이나 진동이 아니라 토크가 나오는 특성이 그렇단 말이다.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고 있어도 중간 영역 대의 토크가 좋아 속도가 사뿐사뿐 올라간다. 이럴 땐 꼭 디젤스럽다. 동일 배기량에 출력이 11마력 높아졌지만 토크는 물론 발생 회전수가 넓어지고 낮아진 것은 두드러진 개선이다. 출력을 살펴보면 구형은 200마력/5,100~6,000rpm이지만 신형은 211마력/4,300~6,000이다. 또 최대 토크는 35.7kg․m으로 높아졌지만 발생 회전수는 1,800~5,000rpm에서 1,500~4,200rpM으로 더 낮아졌다.
이런 개선 때문에 회전수를 살짝만 띄워도 반응이 즉각적이다. 그럼에도 구형과 비교하면 감각은 좀 다르다. 나쁘게 말하면 스포티한 맛이 떨어진 것이고 좋게 말하면 세련됨이다. 스포티 대신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0→100km/h의 수치는 신형 A4가 1초 가까이 빠르다. 엔진 소리도 사뭇 달라졌다. 구형의 엔진 사운드가 상당한 하이톤에 회전수가 올라가면 음색이 부담스러웠지만 신형은 낮게 깔리는 베이스 톤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여전히 폭스바겐에 올라가는 2.0 TFSI의 음색이 더 부드럽고 매끈하다.
1, 2, 3, 4단의 최고 속도는 각각 50, 93, 140, 194km/h로 5단 5천 rpm이면 200km/h에 도달한다. 210km/h에서 속도가 제한되는 게 아쉬울 정도로 가뿐하게 가속을 끝낸다. 변속기는 주정차 시의 충격도 적고 주행 중 충격도 거의 없으며 패들로 변속 시의 빠른 반응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단에서 연속으로 다운 시프트 할 경우 순차적으로 기어가 빠르게 내려간다. 요즘 나오는 변속기 중에는 이와 동일한 상황에서 반응이 느린 경우가 종종 있다.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의 세팅을 모두 다이내믹으로 맞추면 몸놀림은 상당히 기민해진다. 특히 스티어링의 경우 중심 부분이 민감해져 좁은데서 회전할 경우 더 빠른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BMW의 액티브 스티어링만큼 과격하게 기어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 스티어링이 다소 노면을 타는 느낌도 있다. 하체는 기본적으로 단단하지만 컴포트와 다이내믹의 차이가 A8처럼 크다고는 할 수 없다. 또 컴포트와 다이내믹의 운동 성능 자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은 그 이상이다. 하체는 스트로크가 짧아 거친 노면에서는 다소 튀는 맛도 있다.
뉴 A4의 콰트로는 평상 시 앞뒤 토크 배분이 40:60으로 바뀐 새 시스템이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그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고 여전히 언더스티어 지향이다. 그 보다는 언더스티어의 발생 시점이 늦춰진 것이 눈에 띈다. 코너링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꾸준하게 뉴트럴을 유지하다 타이어의 그립이 부족해 자세가 불안정해지면 언더스티어가 크게 발생한다. ESP 작동 시 제동에 따른 진동은 최근에 나온 차답지 않게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스티어링과 시트로 진동이 확실하게 발생한다.
브레이크는 엔진 이상으로 우수하다. 제동력이 강력하기도 하지만 페달을 밟았을 때의 감촉 자체도 위화감이 없다. A4의 브레이크는 페달 터치에 따른 초기 반응도 좋고 끝까지 일정하게 제동력이 발휘된다. 또 고속에서 연거푸 급제동을 실시해도 좀처럼 페이드가 발생하지도 않고 제동시 좌우 밸런스도 흠잡을 데 없다.
국내에 들어오는 뉴 A4는 몇 가지 장비가 빠져있지만 충분히 럭셔리하고 다이내믹하다. 정차 시 자동으로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기는 오토 홀드나 도어 개폐에 따라 자동으로 사이드미러가 접히고 펴지는 기능도 기대 이상의 장비이다. 전반적인 상품성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가격은 동결에 가까워 기존 A4 오너의 마음이 심히 흔들리지 않을까 싶다.
크기
전장×전폭×전고 : 4,703×1,826×1,427mm
휠베이스 : 2,808mm
트레드 앞/뒤 : 1,564/1,551mm
차량 중량 : 1,760kg
트렁크 용량 : 480리터
엔진
형식 : 1,984cc 직렬4기통 DOHC TFSI
보어×스트로크 : 82.5×92.8mm
압축비 : 9.6:1
최고출력 211ps/4,300~6,000rpm,
최대토크 35.7kgm/1,500~4,200rpm
CO2 배출량 : 233g/km
트랜스미션
형식 : 6단 팁트로닉
기어비 : 4.171 / 2.340 / 1.521 / 1.143 / 0.867 / 0.691
최종감속비 : 3.539
섀시
서스펜션 : 앞/뒤 5링크/트레퍼조이달
브레이크 : 앞/뒤 V.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파워)
타이어 : 245/40 R17
구동방식 : 4WD
성능
0-100km/h : 6.9초
최고속도 : 210km/h
최소회전반경 : --m
연비 : 10.0km/ℓ
연료탱크 용량 : 64리터
차량가격
A4 T 콰트로 : 4,850만원(VAT포함)
A4 T 콰트로 다이내믹 : 5,290만원(VAT포함)
